요즘 농약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면 웃음 띤 얼굴을 찾기 힘들다. 역대 최악이라던 지난해 실적에 견주어 올해 매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으면서 안팎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한 농약업체 관계자는 “뾰족한 수가 안 보인다”며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영업활동을 강화하는 것뿐”이라고 한숨지었다.
한국작물보호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농약 출하실적은 1만5,372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817t에 비해 약 4% 정도 증가했다.
농약업계에서는 올해 출하실적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해야 2009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농약업체들은 이처럼 출하량이 당초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소폭 상승에 그친 주요 원인으로 궂은 날씨를 꼽고 있다. 장마와 폭우로 지난달에는 맑은 날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기상상황이 좋지 않았고 이달 들어서도 연일 비가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업체 직원은 “비가 많이 오더라도 며칠 건너 날씨가 좋으면 농약을 뿌릴 수 있지만 요즘처럼 계속 내리면 병해충이 발생해도 살포할 수 없어 방제시기를 놓치고 지나치게 된다”며 “특히 벼농사의 경우 쌀값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비싼 농약 뿌리면서 농사지어 봐야 뭐하나’라는 인식을 가진 농가들이 많아진 점도 수요를 줄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상학 작물보호협회 상무이사는 “7월 말 통계치가 아직 안 나와서 정확한 수치를 추산하기 어렵지만 8~9월에 사용하는 농약은 대체로 한정돼 있어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업체들이 경쟁사보다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판매상·농가를 대상으로 한 영업에 매달리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