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 수급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기상변화로 인해 쌀을 비롯한 국내 농작물의 전반적인 작황 부진까지 더해져 우리 경제에 큰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정부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단기 수급 안정대책 추진과 함께 곡물자급률 목표치를 기존 25%에서 2015년 30%, 2020년 32%로 상향 조정하고 중장기 대책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식량자급률 제고에 필수적인 우량농지 확보방안이 빠져 있어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내 전체 농지면적은 이미 크게 줄어든 상태다. 2000년 188만9,000㏊에서 2009년 173만7,000㏊로 8% 넘게 줄었다. 우량농지인 농업진흥지역 농지면적 감소 추세는 더 가파르다. 2004년 92만2,000㏊를 정점으로 매년 감소세를 지속해 2009년 81만1,000㏊로 5년 새 12% 이상 줄었다.
이처럼 농지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제도의 취약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행 농업진흥지역제도는 권역별 우량농지 보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한계가 너무 크다.
김수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지의 총량적 관리목표가 설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개발을 비롯한 공공전용이 계속돼 개발행위가 제한된 농업진흥지역 농지마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2005~2006년 농지 실태조사 후 여건 변화를 이유로 2007년 4만2,403㏊, 2008년 8만337㏊에 달하는 농업진흥지역 지정을 해제했다. 또 2004년 이후 행복도시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잇따르면서 2008년까지 총 8,121㏊에 달하는 농업진흥지역 농지가 전용됐다.
농지의 질적 보전에도 제도상 큰 허점이 있다. 채미옥 국토연구원 문화국토전략센터장은 “농업진흥지역 안에 공용·공공시설과 창고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 우량농지조차 훼손이 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현 추세가 지속되면 앞으로 농지 수급에 차질이 빚어져 식량수급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농경연 2009년 분석자료에 따르면 2020년 곡물 자급률 목표치를 30%로 설정할 경우를 가정해 추정한 결과 필요농지면적은 165만3,000㏊에 달했다. 반면 ‘농업전망 2011’은 농지면적이 2020년 157만4,000㏊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분석대로라면 결국 2020년에는 농지 7만9,000㏊가 부족해 식량안보가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식량자급률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필요농지의 총량적 관리목표 설정 ▲우량농지 난개발 방지대책 강구 ▲식생활 변화에 따른 우량농지 개념 재정립 ▲한계농지 우량농지로의 개발 ▲농업진흥지역 농지전용 개발이익의 철저한 환수 ▲농업진흥지역 보전농지에 대한 특별한 손실보상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