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비가 잦고 습한 날이 많아 버섯 풍년이 예상된다. 자연산 버섯은 대지의 신이 주는 선물이자 이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버섯은 1,100여종. 이 중 식용이 가능한 것은 350종 정도지만, 예로부터 식생활에 애용해온 버섯은 송이·표고·능이 등 20~30종이 전부다. 버섯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영양학적으로는 채소와 비슷하면서도, 탄수화물·단백질·지방도 고루 분포돼 있다. 항암·항바이러스 등 약리 효과가 우수해 건강식품으로도 최고다. 저칼로리 식품으로 다이어트에도 좋다. 향도 끝내준다. 이 계절이면 많은 사람들이 자연산 버섯에 ‘환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만 직접 버섯 채취에 나서는 이들은 독버섯만큼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 송이버섯=소나무의 뿌리 끝 부분에 붙어 공생하며, 소나무 나이가 최소 20년은 넘어야 발생한다. 근래 들어 균사를 배양하는 등 다양한 재배법을 연구중이지만 아직까지 재배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천하일미로, 감칠맛을 내는 구아닐산나트륨과 버섯 특유의 방향 성분인 렌티오닌·메틸시나메이트·옥텐올이 다른 버섯에 비해 많이 들어 있다. 영양분이 풍부하면서도 열량이 낮아 고혈압·비만·심장병 환자에게 좋다. 송이는 물로 씻어도 윗부분에 거뭇거뭇한 것이 남아 있는데, 이 껍질을 벗겨내면 맛이 떨어진다.
■ 표고버섯=참나무·밤나무·서어나무 등 활엽수의 마른 나무에서 발생한다. 요즘은 인공재배가 보편화됐다. 표고를 말려 곱게 갈면 훌륭한 천연조미료가 되는데, 건표고는 생표고보다 영양소 함량이 8~9배 높다. 건조가 어려울 때는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적당량을 꺼내 불려서 쓰면 된다.
<동의보감>에는 ‘표고가 입맛을 좋게 하고 구토와 설사를 멎게 한다’고 돼 있다. 자주 피로감을 느끼고 기력이 없는 사람은 표고 끓인 물을 차게 식혔다가 잠자기 전에 마시면 좋다.
■ 능이버섯=송이버섯과 함께, 인공재배가 안 돼 더 귀하게 여겨지는 버섯. 1능이, 2표고, 3송이라 불릴 정도로 맛과 향에서 으뜸으로 꼽는 버섯이다. 건조하면 강한 향을 뿜어내 향버섯이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살짝 데쳐서 식용해왔으며, 암에도 효과가 있어 약으로 쓰였다. 특히 민간에서는 고기를 먹고 체했을 때 능이 달인 물을 소화제로 이용해왔다. 단백질 분해효소인 프로테아제를 함유하고 있어 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다.
■ 싸리버섯=갓 형태가 싸리 빗자루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에는 10여종의 싸리버섯이 있는데, 이 중 노랑싸리버섯과 붉은싸리버섯은 설사·구토·복통을 일으키는 독버섯이다. 식용으로 인기가 높아, 삶아서 요리에 넣거나 버섯 전골·전 등에 활용된다. 비타민 B·C, 프로비타민 D, 유리아미노산, 지방산 등이 함유돼 있어 각종 암·당뇨·비만 등에 고루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느타리버섯=버드나무·참나무·아카시아나무·은사시나무 등 썩은 나무의 그루터기에서 발생한다. 요즘은 주로 배지에서 재배를 한다.
아미노산·비타민·효소 등이 풍부하며, 조직이 부드럽고 연해 손으로 잘게 찢어서 많이 이용한다. 특히 맛과 향이 다른 버섯에 비해 진하지 않아 다른 재료들과 한데 어우러진 요리에 많이 이용된다.
■ 달걀버섯=빛깔이 화려해 독버섯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먹을 수 있는 식용버섯이다. 불에 구으면 구수한 냄새가 난다. 유럽에서는 옛날 로마시대 네로 황제에게 이 버섯을 진상하면 저울로 달아 그 무게의 황금을 하사했다고 해서 ‘제왕버섯’이라고 부른다. 성장 후에는 대는 떼어내고 요리한다. 호박잎에 싸서 구워먹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