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수요층을 겨냥한 올 추석 선물 특징은 한마디로 ‘소·혼·대·실’로 요약된다. 우선 소규격 대세. 물량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포장 단위가 더욱 세분화됐다. 사과만 해도 예년엔 5㎏들이와 8㎏들이가 주종을 이뤘지만 올해는 8㎏들이 이상은 찾기 힘들고, 일부 중소업체에선 3.75㎏들이 같은 ‘초미니’ 상품을 내놨다.
혼합세트의 귀환도 올해의 특징이다. 격식이 떨어진다며 일부에선 기피했던 사과·배 혼합세트가 물량 품귀현상을 틈타 돌아왔다.
복숭아·포도·멜론·감귤 등 그동안 추석 선물 시장의 2부 리그에 머물렀던 대체과일의 약진은 시장의 또 다른 키워드다.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 확산으로 이중포장이나 띠지 부착 등 과도한 선물포장은 지고, 한겹의 종이상자로만 소박하게 담은 실속형 포장이 뜬 것도 주목되는 변화다. ◇도움말=이광식 농협 도매사업단 과일부 팀장
“누가 뭐래도 차례상엔 햇과일을 올려야지!” 추석 대목시장을 주름 잡아 왔던 선물계의 황제, 과일이 울상이다. 추석이 보름도 채 남지 않았지만 시장에서 제대로 된 물건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낙담은 이르다. 9월3~5일 본격적인 과일 물량이 풀리면서 소비 불씨가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많아서다. 조상님께만은 햇과일을 올려야 한다는 사람들은 이때 이후 시장에 나가는 게 유리하다.
사과는 조생종 품종인 <홍로>가 대세지만, 일부에선 극조생종인 <선홍>도 만날 수 있다. 두 품종 모두 맛과 당도·식감 면에서는 서로 뒤지지 않는다. 제수용을 원한다면 지난해 전국 농협유통센터 15곳의 베스트 상품이었던 경북 영주의 ‘GAP 칼슘 사과’를 주목하면 좋다. 5㎏들이 한상자에 14과 이내로 차례상에 올리기 적당한 데다, 당도 관리가 잘 돼 품질이 균일하다. 6만~9만원. 일반 소비용은 전북 장수와 무주에서 출하한 ‘<뜨라네> 프리미엄 사과’ 5㎏이 무난하다. 14과 이내는 6만~8만 5,000원. 16과 이내는 4만4,000~6만5,000원.
VIP 선물용으로는 ‘<뜨라네>명품 사과’나 ‘<아침마루> 사과’가 제격이다. ‘<뜨라네> 명품 사과’는 5㎏들이 한상자에 12개로 대과만을 골라 담았으며, ‘<아침마루> 사과’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치지 않거나 적게 준 친환경농법으로 키운 것이다. 지역농협 것으로는 경북 문경지역 농협의 <문경새재>, 대구경북능금농협의 <애플시아> 등이 자체 브랜드로서 품질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배는 초반엔 <원황>이 대세이지만, 장 후반으로 가면서는 물러짐이 덜한 <신고>가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수용은 농협 도매사업단이 상품화한 ‘梨(이)배’(‘<뜨라네> 프리미엄 배’)가 괜찮다. 배 12개가 10㎏들이 한상자에 아래위 2단으로 나눠 담겼다. 5만6,000~8만6,000원. 선물용으로는 ‘<아침마루>배’ 7.5㎏이 무난하다. 10개 이내는 4만6,000~7만5,000원이고, 12개 이내는 4만~6만5,000원. 지역 브랜드로는 충남 천안지역의 농협에서 나온 <하늘그린>, 경기지역 공동브랜드인 <잎맞춤>. 전남 나주의 <비단골>이 선호된다.
8월 이후 당도를 회복한 복숭아와 포도는 사과·배 못지않게 이번 대목의 ‘총아’로 등극했다. 복숭아는 4.5㎏들이 한상자 기준으로 3만8,000~6만4,000원까지 시세를 형성할 듯 보인다. 충북 충주농협의 <하늘작> 복숭아가 바이어들의 군침을 산다. 포도는 <거봉>과 <캠벨얼리>(일명 <캠벨>)가 대세다. 8월 중하순 이후 비가 주춤하면서 당도가 급상승해 선물로도 손색없다. <거봉>은 2.8㎏, <캠벨>은 3.5㎏ 포장이 주류다. 2만5,000원에서 최고 6만원 선. 포도는 지역 브랜드보다는 농협 통합 브랜드인 <뜨라네>가 일반적인데, 충남 천안·경북 상주·충북 영동산으로 구성된다.
감귤에도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의외로 ‘물건’을 건질 수 있다. 시설하우스에서 키워 일기 불순의 영향을 그나마 덜 받아 비교적 품질이 균일해서다. 5㎏들이 한상자에 60~70개가 들어간다. 특품과 상품간 가격차가 1만5,000원에서 최고 2만원까지 벌어지니 고를 때 신중할 것. 제주감귤농협의 명품 브랜드 <불로초>도 선물용으로 인기다.
대목장 과일 가격은 산지 사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기 때문에 구입시점에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