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추석을 앞둔 이맘때쯤이면 독버섯을 채취해 먹고 숨지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벌초에 나선 성묘객들이 산에서 무심코 버섯을 따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즐겨먹는 야생버섯인 능이·송이·표고버섯 따위가 자라는 곳에는 어김없이 독버섯이 함께 자라는 만큼 섣불리 버섯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
사고의 원인이 되는 맹독성 버섯으로는 독우산광대버섯·흰알광대버섯·개나리광대버섯이 대표적이다. 이들 버섯에는 ‘아마톡신(amatoxin)’이라는 맹독이 있는데, 먹은 뒤 바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더 위험하다. 섭취하고 6~12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출혈성 위염과 급성 신부전 등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 특히 독우산광대버섯·개나리광대버섯은 식용인 큰갓버섯·꾀꼬리버섯과 모양이 비슷해 잘못 알고 먹는 경우가 더러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 ‘맹독 3종세트’는 모두 흰색이거나 갓만 연노란색으로 외모가 매우 수수하다. 색이 화려하거나 원색인 버섯만이 독버섯일 거라는 상식은 잘못됐다는 얘기다.
세로로 잘 찢어지거나 벌레가 먹은 버섯은 식용이란 속설도 잘못된 상식이다. 독버섯도 세로로 찢어질 수 있고 얼마든지 벌레가 먹을 수 있다. 독성이 있을지라도 들기름에 볶으면 괜찮다는 생각 또한 오산이다. 버섯의 종류를 정확하게 구분하려면 식물학자들도 현미경을 동원해야 하는 만큼, 조금이라도 의심이 될 때는 아예 손도 대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 밖에 흰독큰갓버섯·화경버섯·삿갓외대버섯·붉은사슴뿔버섯·절구버섯아재비도 치명적인 독버섯이다. 이들 독버섯은 먹은 지 20~30분이 지나면 증상이 나타난다. 현기증·메스꺼움·복통·구토·설사 등의 증세가 보이면 먹은 것을 토하고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도록 한다.
만약 주변 사람이 독버섯을 먹었다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의식이 있으면서 경련을 하지 않는다면 물을 마시고 토하게 한다. 먹고 남은 버섯이 있을 경우 비닐봉지에 담아 환자와 함께 병원으로 보낸다. 독이 어떤 종류인지 쉽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가강현 국립산림과학원 미생물자원연구과 연구사는 “야생에서 버섯을 채취해 먹을 때는 본인이 확실히 아는 신선한 버섯만을 채취해야 한다”며 “특히 민간에 떠도는 독버섯 구별법은 절대 맹신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