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마늘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국내산 햇마늘을 긴급 수매키로 결정했다. 확정된 수매물량도 정부가 한해 수입하는 의무수입물량(약 1만3,000t)의 절반가량에 해당할 만큼 적지 않다. 그러나 수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개적인 의견수렴이 없었는데다, 결정을 내리는 당일까지도 일부 생산자단체는 이러한 내용을 전혀 몰랐으며 정부도 ‘쉬쉬’ 하는 모양새를 취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매물량과 일정=정부가 최종 확정한 국산 햇마늘 수매물량은 난지형마늘 6,000t이다. 정부는 일반 농가로부터 이 물량을 수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는 판단을 하고 농협 등 생산자단체로부터 계획한 수매물량 전량을 채울 계획이다. 수매시기는 민간 및 농협의 계약재배 물량에 대한 수매가 완료된 이후인 9월 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매에 필요한 재원은 농안기금을 활용하고, 수매 규격은 남도마늘은 지름 4~5㎝, 대서마늘은 5~6㎝로 10㎏ 또는 20㎏ 그물망에 담긴 것만을 수매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농협 등 생산자단체들과 사전협의를 통해 수매대상 물량의 품위를 확인한 뒤 경쟁입찰을 통해 수매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매 결정 배경은=정부는 표면상으로 ‘김장철 물가안정용’이라는 수매목적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에서 그동안 물가안정용으로 수입농산물을 활용한 관례에 비하면 이번처럼 국산 마늘을 수매해 물가안정을 꾀하는 방식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마늘 유통업계는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물가안정용으로 마늘을 수매하기보다는 농가 비난을 의식한 측면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의무수입물량으로 도입한 중국산 햇마늘로 인해 산지 거래가 위축되는 등 국내 마늘값이 떨어져 농가들이 크게 반발하자 부담을 느낀 정부가 결국 국산 마늘 수매를 결정했다는 것. 즉 ‘농심 무마용’이 크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보따리상 물건(중국산 깐마늘)이 국내 마늘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업계의 불만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산 마늘값(난지형)은 최근 전국 5대 도매시장에서 상품 1㎏당 평균 3,240원에 거래되는 등 중국산 햇마늘이 수입되기 이전인 5월 말에 비해 1,000원 이상 하락했다. 국산 깐마늘값도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로 마늘업계와 농가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쉬쉬’하는 정부=정부는 이번 국산 마늘 수매 결정이 외부에 널리 알려지는 것을 상당히 조심스러워 하고 있는 모습이다. 농식품부 담당자나 수매를 담당하는 aT(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조차 수매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정부가 국산 마늘 수매를 최종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달받은 한국마늘산업연합회 관계자는 “국산 마늘 수매에 대한 검토는 있어 왔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사업 추진이 중단된 것으로 아는데, 사전 협의 없이 이런 결정이 갑자기 이뤄져 매우 뜻밖이다”며 놀라워했다. 이와 관련, 업계는 마늘 수매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동안 하락세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마늘값이 반등하는 등 정부의 물가안정정책 기조와는 다른 ‘역효과’를 낼까 정부에서 상당히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국내 마늘산업에 끼칠 영향은=이번 결정에 대해 국내 마늘업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부 수매가 국산 마늘값 안정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 칠곡에서 국산 마늘 가공사업을 하고 있는 김종성 태영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국내산 마늘값이 떨어지고 마늘 소비까지 둔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우리나라 햇마늘을 수매해 격리해 주면 하락세를 보이던 마늘값은 다소 오를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