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고추다. 지난해 배추 파동의 악몽이 고추로 옮겨 올 조짐이다.
8월 말부터 햇건고추 출하가 시작되자마자 고추시장이 혼돈에 빠졌다. 값은 지난해 같은 때에 견줘 3배 이상 높게 형성했지만, 고추를 구할 수 없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나온다. 그렇다고 농가소득이 오른 것도 아니다.
수확시기에 맞춰 고추축제를 준비했던 충북 괴산군 같은 주산지는 축제에 쓸 고추를 구하지 못해 반쪽짜리 축제를 치르는 등 애를 먹고 있다. 건고추 세일을 하는 직거래 장터나 농협유통 등에는 개장도 하기 전에 고추를 구하려고 몇 백 미터씩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산지 고춧가루 가공공장과 건 고추 판매 농협은 계약재배 물량마저 구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면적감소와 병해 탓에 생산량이 크게 줄어 가격이 올라도 농가 소득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와 농진청에 따르면 고추의 10a당 소득은 2009년 200만1,000원에서 전년보다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줄었던 지난해엔 되레 152만3,000원으로 23.9%나 떨어졌다.
정부는 긴급하게 건고추 가격안정을 위해 8월 29일부터 매주 400t씩 비축물량 풀고 있지만, 시장은 별 반응이 없다. 중국산 고추 수입이 늘고, 둔갑판매마저 기승을 부린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와 농경연은 앞으로 날씨만 좋으면 생산량이 늘고 값은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화건 도매가격이 600g당 2만원선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는 고추 생산기반과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종합대책을 서둘러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