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배추가격 안정을 위해 추진하는 대책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엇박자 행정’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일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 보도 별첨자료를 통해 “배추와 무의 계약재배 물량을 추석 전에 집중 출하하고 가격 추이를 봐가며 무관세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의 이 같은 방침은 추석 이후에도 물가를 잡기 위해 배추 등의 수입 관세를 계속 없애 국내 공급을 늘리는 문제를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재부는 이미 지난 8월2일에 9월 말까지 한시적이라는 전제조건을 붙여 배추 등에 붙는 수입관세를 아예 없애버리는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지난해 가을 같은 ‘배추대란’이 또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판단에서다.
하지만 기재부가 배추의 무관세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는 발표를 한 지 불과 몇시간 후 정부의 농산물 수급정책에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9월 이후 배추 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자료를 발표했다.
농경연이 이날 발표한 ‘엽근채소 관측 9월호’에 따르면 “9월 배추 출하량은 출하면적과 단수 증가로 지난해보다 상순엔 12%, 중·하순엔 3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0월에도 준고랭지 2기작과 가을배추 재배면적 증가로 작년 같은 시기보다 14%나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배추 도매값(가락시장 기준)은 9월의 경우 작년보다 52~64%, 한달 전에 비해 18~39%나 낮고, 평년과 비슷한 상품 10㎏(3포기)당 6,000~8,000원(중품은 4,100~5,900원)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농경연은 그러면서 “최근 기상상황은 배추 생육조건에 적합해 9월에도 최근 기상이 유지된다면 9월 도매가격은 전월보다 40% 이상 낮은 5,500원(중품은 3,600원) 이하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10월에도 준고랭지 2기작과 가을배추 출하량이 증가해 작년 같은 달보다 60%, 9월보다 20% 더 떨어진 4,500원 안팎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관측은 수입 배추 무관세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는 기재부와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정부 내부에서조차 물가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정보교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하는 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농경연 농업관측센터는 배추 관측을 내놓기 위해 이미 지난 8월26일 자문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농경연 연구진 14명과 유통관련 전문가 등이 참석했으며, 회의 결과는 농림수산식품부에 즉시 보고하는 것이 관례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기관인 농경연 관측대로라면 오히려 배추가격 폭락을 걱정해야 할 시점에서 물가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 ‘엇박자 행정’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