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원산지표시 위반행위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최근 몇년간 관계기관의 단속에 적발된 건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나물류나 수산물 같은 각종 제수용품들의 원산지표시 위반행위가 적발됐다는 뉴스는 명절의 단골 메뉴가 된 지 오래다. 쇠고기나 김치의 원산지 위반사례는 텔레비전 고발 프로그램의 고정 아이템이 됐다.
이 같은 상황은 관계기관의 원산지표시 위반행위 단속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농식품 원산지 허위표시로 적발된 사례가 3,072건으로 1년 전인 2009년의 2,811건보다 많았다.
특히 배추김치의 경우 지난해 배추값이 불안정한 상황을 틈타 원산지를 속인 사례가 397건으로 1년 전에 비해 84%나 증가했다. 올해는 8월 말 현재 적발건수가 691건으로 벌써 지난해의 2배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쌀과 쇠고기의 원산지표시 위반건수도 크게 늘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송훈석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원산지표시 위반 적발실적에서 10위권 내에 들어가지도 않았던 쌀은 올 7월 현재 126건이 적발돼 원산지표시 위반이 다섯번째로 많은 품목이 됐다. 쇠고기는 올해 월평균 적발 건수가 105건으로 지난해에 비해 14%나 늘었다.
심지어 유명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도 해마다 원산지표시 위반행위가 적발됐다. 2008년 12개, 2009년 13개 업체가 적발됐고 올해는 7월까지 적발업체수가 12개로 벌써 연평균 적발건수를 넘어섰다.
이처럼 원산지표시 위반행위가 끊이지 않는 것은 국내산 농식품과 수입농식품간의 가격차이 때문이다.
김주창 농관원 원산지관리과 사무관은 “배추값이 오르자 배추김치의 원산지표시 위반 적발건수가 급증한 것이 단적인 예”라면서 “국내산과 수입농식품의 시세차익이 존재하는 한 원산지표시 위반 가능성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배추김치의 경우 국내산의 판매가격은 1㎏당 4,000~6,000원인데 비해 중국산은 1,200~1,500원으로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허위표시하는 것만으로 김치 1㎏당 3,000~4,000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원산지표시 위반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지도·단속 외에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원산지표시 위반으로 부당하게 얻은 이익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좀더 적극적인 원산지 허위표시 근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농식품 유통 전문가는 “벌금이나 과태료 부과 금액이 원산지표시 위반으로 얻는 이득에 비해 적을 경우 단속에 적발될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허위표시나 미표시 행위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처럼 벌금 몇백만원에 그치는 미미한 처벌로는 원산지표시 위반행위를 뿌리 뽑을 수 없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근절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