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합사료업계가 최근 환율 급등으로 비상이 걸렸다.
유럽발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9월 초 1달러당 1,060원대에 불과했던 원화 환율이 14일 1,100원대를 뚫은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23일과 26일에는 장중 한때 최고 1,200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자 정부가 시장개입에 나서 27일 이후 환율이 1,170~1,180원대로 소폭 하락하면서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환율은 당분간 강세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환율 급등으로 외화 채무 비율이 높은 국내 배합사료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배합사료 원료의 85%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배합사료업체들은 통상 원료를 3~6개월 전에 구입한 뒤 결제 시점 환율에 맞춰 원료구입비용을 정산하고 있다. 환율이 1% 상승하면 배합사료 생산비가 0.6~0.65% 올라가기 때문에 최근 환율 급등으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는 게 사료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홍순찬 한국사료협회 기획부장은 “대부분의 사료업체들은 원료를 미리 구매했다가 나중에 결제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기 때문에 환율 급등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며 “규모가 영세한 사료업체들은 환율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극히 제한돼 있어 최근 환율 급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배합사료값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사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곡물값이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데다 최근 환율마저 올라 그동안 구제역과 한우값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농가의 눈치를 살펴왔던 사료업체들이 조만간 사료값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농협사료는 최근 환율 급등에 따른 대응책을 강구하기 위해 9월28일 ‘외환리스크관리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진우 NH투자선물 센터장을 비롯한 국내 외환분야 전문가들은 이번 협의회에서 환율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화차입금 오픈포지션 비율(외화채무 중 환율변동에 노출된 정도를 표시하는 지표)이 적정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세관 농협사료 대표는 “2억~2억5,000만달러의 외화 채무액을 보유하고 있어 원가 환율이 100원 오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며 “현금결제를 늘려 외화 채무 잔액을 1억~1억5,000만달러로 줄이고, 선물환 매입을 선제적으로 추진하는 등 환차손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