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수확철을 맞아 농촌지역에서 농심을 울리는 도둑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올해 유난히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작황이 부진하면서 값이 크게 오른 고추·인삼 등 농작물의 피해가 커 농업인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9월 말 충남 금산군 부리면 어재리에서는 고추 절도사건이 일어났다. 비닐하우스에서 말리던 고추 130근가량을 오후 6시경 누군가 모두 훔쳐 간 것. 고추를 도둑맞은 이씨는 “지난여름 내내 비가 와 고추를 제대로 말리지 못하다 이제 좀 말리려고 하니까 그걸 또 훔쳐 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북 경주시 산내면에서 고추농사를 짓는다는 서근철씨(59)도 2t가량의 고추를 도난당했다.
앞서 전남 곡성군 겸면에서는 비닐하우스에 널어 놓은 고추 42㎏을 훔쳐 간 농산물 절도범이 검거됐고, 인근 지역인 곡성군 고달면의 한 농민이 고추 14㎏을 도둑맞았다.
인삼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인삼농가 김모씨(충남 금산군)는 최근 자신의 인삼밭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330여㎡(100여평)에 달하는 밭을 누군가 모두 파헤쳐 인삼을 훔쳐 간 것.
도난당한 인삼은 수확을 얼마 남기지 않은 5년근으로, 김씨는 600만~700만원에 이르는 손해를 입게 됐다. 인삼밭이 자신이 거주하는 금산과 멀리 떨어진 예산에 있는 탓에 수확철이 가까워 오면서 항상 불안했는데 결국 일이 터진 것이다.
이같이 농산물 도난사건이 끊이지 않자 경찰과 지자체마다 농산물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찰은 마을의 주요 진·출입 구간에 파출소 순찰차를 세워 놓고 검문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장들에게 농산물 건조시 유의하라는 내용의 마을 방송도 권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