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이 다가오면서 채소류 가격이 약세를 벗어나지 못해 재배농가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으나 도시 소비자들은 김장비용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게 됐다며 반기는 등 도시와 농촌이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춧가루·흙생강 비용만 ↑ = aT(농수산물유통공사)가 최근 발표한 2011년 김장 예상비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김장비용(11월 하순, 4인 가족 기준)은 지난해(21만975원)보다 14% 줄어든 18만1,348원이다.
세부품목별로 보면 농산물의 경우 모두 9개 품목 가운데, 고춧가루와 흙생강 등 2개 품목만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4인 가족의 김장에 소요될 고춧가루는 1.86㎏인데, 지난해에는 3만2,989원이 들었지만 올해는 4만7,988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흙생강(120g)값도 지난해보다 25.2% 오른 720원으로 계산됐다.
반면 배추(20포기) 구입비는 지난해 5만7,700원에서 올해는 3만3,000원으로 42.8% 줄어들고, 대파(2㎏)도 1년 전 7,658원에서 이번엔 3,600원으로 53%나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무(10개)는 1만5,950원 → 1만3,000원 ▲깐마늘(1.2㎏)은 1만372원 → 8,400원 ▲쪽파(2.4㎏)는 1만2,662원 → 7,200원 ▲미나리(2㎏)는 1만6,000원 → 1만원 ▲갓(2.6㎏)은 1만1,996원 → 5,200원으로 각각 줄어들 것이라는 게 aT의 분석이다.
수산물은 멸치액젓 1개 품목만 비용이 줄고 굴·새우젓·굵은소금은 비용이 약간 늘 것으로 조사됐다.
◆재배 늘어 11월 하순께 가격 하락=이와 관련해 김희국 aT 유통이사는 “채소류 재배면적 증가 및 작황 호조로 특별한 기상이변이 없다면 본격 김장철인 11월 하순께 가격 하락이 예상되고, 또한 급등했던 건고추 가격도 점차 내리고 있어 김장비용이 작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자료가 발표되자 소비자들은 크게 환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음’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모든 물가가 오르고 있는데, 김장비용이 줄어들게 돼 그나마 다행이라는 글들이 속속 오르고 있다. 대다수의 신문과 방송 역시 김장비용 부담이 줄어들어 가계 주름살이 펴질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를 쏟아냈다. 기획재정부 등 물가당국도 직접적인 환영의 뜻을 밝히진 않았지만 채소류 수급이 안정됐기 때문에 김장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소비촉진 대책 나와야=그러나 배추·무·대파 등 채소류 재배농가들은 최대 성수기인 김장 대목까지 실종될 것이 확실시되자 대책을 찾지 못한 채 가슴만 치고 있다.
경기 평택에서 배추를 재배하는 정모씨(55)는 “채소값이 폭락해 빚더미에 올라앉은 농민들이 살 궁리를 찾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을 놓고 채소 수급이 안정됐다고 자랑하는 정부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기상여건 호조로 채소류 생산량이 늘었다는 말만 내뱉으면서 소비를 늘릴 대책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아 울화가 치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