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가 많이 보급될수록 김장철 특수는 줄어듭니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농가들이 김치냉장고를 성토하고 나섰다. 김치냉장고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김장철이 곧 배추의 최대 성수기’라는 등식이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에서 배추는 철을 가리지 않고 연중 생산되는 품목. 한국수확후관리협회에 따르면 배추는 노지월동(12%) → 하우스봄배추(21%) → 노지봄배추(2%) → 고랭지배추(7%) → 조기가을배추(2%)→ 가을배추(56%) 순서로 연중 시장에 공급된다. 가을배추 생산량이 가장 많은 것은 전통적으로 배추의 수요가 김장철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물론 가을배추가 저장능력도 가장 뛰어나다.
하지만 김치냉장고는 김장철을 무색하게 할 만큼 생활패턴을 바꿔 놓고 있다는 것이 배추농가들의 설명이다. 대다수 가정에서 김치냉장고에 김치를 잘만 보관하면 6개월 이상 지나도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여긴 나머지 배추값이 쌀 때 필요 이상으로 김치를 담그고, 김치냉장고 업체들은 이런 점을 놓치지 않고 마케팅에 열을 올려 김장 특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우리나라 가구의 김치냉장고 보급률은 지난 1995년 0.03%에서 2009년엔 81%까지 치솟았으며, 보유한 김치냉장고의 평균 용량도 같은 기간 동안 52ℓ에서 215ℓ로 확대된 것으로 김치냉장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배추농가들 사이에선 지난 5월 배추값이 폭락했을 때 집집마다 대형 김치냉장고에 채워 넣은 김치가 너무 많아 올 김장철엔 가뜩이나 늘어난 배추 생산량과 맞물리면서 ‘배추대란’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배추농가와는 조금 다른 견해를 조심스럽게 밝히고 있다. 이름을 알리지 말 것을 요구한 한 유통전문가는 “김치냉장고 때문에 김장용 배추 소비가 줄어든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김치냉장고가 있으므로 해서 김장을 더 많이 담글 수도 있는 것”이라며 “김치냉장고 보급 확대가 배추 등 채소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상관관계에 대해 정확하게 조사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