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홍수피해, 미국 가뭄피해 등의 여파로 국제 쌀 가격이 상승할 우려가 큰 만큼 국제 쌀값과 곡물가격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최근 ‘NHERI 주간 브리프-태국의 홍수피해 및 쌀 수매정책 도입과 국제 쌀 가격’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폈다.
이에 따르면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태국의 대규모 홍수와 미국의 가뭄 등 기상이변으로 인해 국제 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태국은 지난 7월 이후 지속된 대규모 홍수로 전체 농경지의 12.5%에 달하는 125만㏊가 침수됐고, 2010·11년 연간 생산량의 15%에 해당하는 300만t의 쌀(정곡)이 유실된 것으로 추산된다. 또 홍수 피해 장기화로 쌀 생산 감소가 더 커지며 쌀 수출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뿐 아니라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주요 쌀 생산국도 이번 홍수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농경지 침수비율이 캄보디아가 전체의 12%, 라오스 7.5%, 필리핀 6%에 달한다.
미국은 장립종 쌀 주요 생산지인 텍사스 등 남부지역에 심한 가뭄이 발생해 쌀 생산량이 1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곡물이사회(IGC)와 미 농무부(USDA)는 내년 7월 말까지 1년간 미국의 쌀 수출 규모가 14%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태국·미국 등 주요 쌀 수출국의 수출량 감소 전망으로 2009년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 쌀 가격이 최근 다시 상승하는 추세다. 실제로 국제 쌀 가격은 지난 5월 1t당 501달러에서 9월 616달러로 4개월 만에 23% 상승했다.
태국 정부가 쌀 수매제도를 도입키로 한 점도 국제 쌀 가격 상승을 부추킬 전망이다.
지난 7월 출범한 태국의 친나왓(Shinawatra) 정부는 시장가격보다 약 50% 높은 가격 수준(조곡 기준 1t당 약 483달러)으로 조곡을 매입키로 결정한 바 있다. 태국 정부가 농가로부터 시중보다 높은 가격에 수매한 쌀을 수출업자에게 판매하면, 수출업자의 매입가격이 높아져 국제 쌀값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 농무부는 태국의 쌀 수매정책 도입으로 태국의 쌀 수출량이 2012년 20% 이상 감소하고, 쌀값 상승에 따른 국제경쟁력 약화로 베트남이 태국을 추월해 세계 1위의 쌀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쌀을 비롯한 국제 곡물수급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홍수·가뭄 등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이 자주 발행하고 피해규모도 대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2007~2008년 기간중 주요 쌀 생산국의 자연재해와 원유가격 상승 등의 요인으로 세계 쌀 재고량이 감소하자, 국제 쌀값은 2008년 4월에 1t당 1,015달러까지 상승한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곡물자급률이 지난해 기준 26.7%로 매우 낮기 때문에 쌀의 자급을 기반으로 하되 비상시에 대비한 안정적인 식량확보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
1980년 극심한 냉해로 우리의 쌀 생산이 급감해 막대한 양(225만t)의 쌀을 외국에서 수입하게 되자, 당시 국제 쌀값이 폭등한 적이 있다.
박재홍 농협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월스트리트 저널도 태국의 홍수 피해로 인해 국제 쌀값이 향후 수개월 동안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태국, 미국, 중국, 호주 등 4개국의 쌀을 최소시장접근(MMA) 방식으로 수입하는 데다, 옥수수, 밀, 콩 등 주요 곡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쌀값 및 곡물 가격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태국은 세계 쌀 수출량의 약 30%를 점유하고 있고, 태국산 쌀값이 국제 가격의 기준 지표가 되고 있다.
출처 :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