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은 ‘흙의 날’이다. 농협이 이날을 흙의 날로 선포한 지 12년째다. 흙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시작한 농협의 ‘흙 살리기 운동’은 올해로 15년째를 맞았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농토의 건강성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한다.
흙은 살아 있는 유기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렁이·땅강아지 등의 생물과 다양한 미생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수십년간 화학비료와 농약이 지나치게 사용되면서 토양 속의 뭇 생명들은 상당수 멸절하고 생태계가 교란되는 부작용이 초래됐다. 쉴 새 없이 진행된 산업화도 토양을 급속도로 오염시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간 비교에서 우리나라의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량은 최상위권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3~4년마다 발표하는 환경지속성지수(ESI)도 우리나라는 비료부문이 138위로 146개국 중 꼴찌에 가깝다. 이는 우리나라 토양이 병들어 생명과 에너지를 창출하는 기능이 크게 위축됐음을 말해 주는 객관적 징표다.
이제 우리나라 농업은 토양을 건강하게 가꾸고 그 위에서 건강한 작물을 거두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건강한 흙에서는 영양성분이 작물에 고농도로 농축되며, 특히 인체가 필요로 하는 철분·마그네슘·비타민C 및 항산화물질들이 풍부해진다. 작물 중의 필수 아미노산 배합도 균형을 이룬다. 그러면 이를 섭취하는 인간의 건강이 증진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마침 올해 ‘흙 살리기 운동’의 주제도 ‘건강한 흙, 건강한 농산물, 건강한 농촌’이다. 건강한 흙과 농산물은 농촌뿐 아니라 건강한 도시의 모태도 된다. 결국 건강한 흙은 건강한 국민과 나라의 기반이 된다.
그러한 토양을 잘 가꿔야 하는 사명이 농업인에게 부여돼 있다. 농업인들이 흙 살리기 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