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이해하고 다루며 흙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농업이다. 경쟁력 있는 농민이 되는 길은 땅(흙)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함에 있다.
생명을 가진 것들 가운데 땅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이 없고 흙을 떠나서 살 수 있는 것도 없다. 흙이 생명의 모태이고 근원이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은 땅에서 태어나 흙에 의지해 살아가기에 땅이 생명의 어머니다. 생명을 가진 우리 모두는 흙의 자녀들이다.
성서의 창조설화에서 인간의 본질은 흙이고 흙이 곧 인간의 어머니라고 했다. 인간과 흙의 관계를 흙에서 태어나, 흙에서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3중의 관계로 성경은 정의한다. 불경도 모든 존재물은 지수화풍(地水火風)의 4대 원소로 이뤄진다고 보아 역시 땅(地)에 그 근본을 둔다.
결국 땅(흙)과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는 본질상 따로 구분할 수 없는 동일한 관계이므로 동일본질(성)을 갖는다. 흙이 바로 생명 그 자체인 셈이다.
살아 있는 생명체인 땅이 어떻게 우리 인간을 낳고 기를까? 어머니에 해당하는 땅(地)은 아버지에 해당하는 하늘(太陽)과 만나서 만물을 잉태한다. 그래서 천지가 곧 모든 생명체의 부모인 셈이다. 자궁을 가진 어머니 격인 대지는 자신의 살(肉)과 피(血)로 만물을 길러낸다. 그러기에 모든 생명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땅을 반영함이고 그래서 땅과 관련한 풍수학이 생겨난 것이다.
생명이 섭취하는 음식물들은 모두 흙에서 만들어진다. 음식물을 먹음은 그들을 만들어 내는 흙의 기운인 지기(地氣)를 먹음이다. 인간의 육신이 먹는 밥에 의해서 이루어지듯 인간의 존재를 이루는 근본도 우리가 몸을 담고 있는 흙이다.
땅은 자녀인 만물에게 자양분이 되도록 자신의 온몸을 내놓을 뿐만 아니라 지상의 온갖 쓰레기와 더러운 오물들도 모두 다 받아들여 스스로 정화하면서 감싸 안는다. 또한 땅은 자신이 낳고 길러 성장시켰던 모든 생명들이 수명을 다하면 다시 자신의 품으로 거두어들여 분해시킨다. 땅은 모든 생명체가 되돌아가는 마지막 귀의처다. 이렇게 땅은 거두어 받아들인 것들을 정화시켜서 다시 생명에게 공급하는 일을 반복한다. 흙은 살아서 숨도 쉬고 밥도 먹고 일도 하는 능동적인 주체다.
유기질이 풍부한 마른 흙 1g 속에는 7억~8억마리의 곰팡이가 있다. 이 작은 흙 속의 곰팡이균사 길이가 무려 3억~4억m다. 농토 1㎡에는 5,500마리의 벌레와 5만마리의 작은 곤충들이 살 수 있다.
흙 속에는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방, 호흡통로, 영양분 배수로, 저장창고가 있다. 그래서 흙의 건강성과 생명력 여부는 호흡통로, 흡수할 물, 유기질의 정도에 달렸다. 이렇게 땅(흙)은 생명의 보고이자 어머니다. 이런 대지모사상(大地母思想)이 풍수학의 중심사상이다. 그래서 땅을 이해하고 다루는 풍수를 모르면 농업의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상(傷)하지 않은 흙(土)과 병(病)들지 않은 땅(地)이 지기(地氣)가 풍부하고 건강한 땅이다. 건강한 땅과 흙에서는 농사도 잘되고 풍수상 길(吉)해서 매사 소원성취가 잘된다. 건강한 땅과 흙이 바로 조물주인 셈이다. 땅과 터를 고르고 고치는 이치를 다루는 학문이 풍수다. 땅과 농업과 관련된 풍수이치들을 하나씩 배워서 영농에 활용해 보면 그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출처 :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