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우리나라 친환경농산물 생산량은 21만6,000t으로 전체 농산물 생산량의 12%에 달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25배가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친환경농산물 중 최고 단계인 유기농산물은 5.5%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무농약 (46.9%), 저농약 (47.6%)이다. 저농약 인증제도가 2016년 폐지되는 것을 감안하면 그 기초가 아직 단단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친환경농산물 시장 규모를 오는 2020년엔 지금의 두배가 될 것으로 전망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농민의 입장에서는 들어간 노력과 비용의 대가를 보상받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연구기관이나 농민들은 친환경농산물이 관행농산물에 비해 최소한 30~50% 더 높은 값을 받아야 간신히 수지를 맞출 수 있다고 한다.
반면 현실은 농가의 판매방법에 따라 수취값의 차이가 크고, 공정한 가격이 형성되는 도매시장도 없는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관행농산물에 비해 20~100% 높게 받고 있다는 aT(농수산물유통공사)의 발표는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한 조사 결과에서는 유기농산물 중 32% 정도만 제값을 받고 나머지는 일반농산물 값으로 팔린다고 한다.
애써 친환경이나 농산물우수관리제(GAP) 인증을 획득하고도 이를 상품 포장에 표기하는 것을 포기하는 농가도 있다. 특히 GAP 농산물의 경우가 심각하다.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적정 가격 보장과 판로 확대를 위해 친환경농산물 도매시장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나 박성직 전국친환경농업협의회장이 세계유기농대회에서 전문 물류센터 건립을 주장한 것은 친환경농산물이 안고 있는 이러한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은 것이다. 전체 농산물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좀더 실질적이고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