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군납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농협들이 큰 손실 위험에 처했다고 한다. 군납농협에 따르면 고춧가루 121억원치를 납품한 대가로 171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떠안게 된 모양이다. 백주 대낮에 코를 베어 가는 세상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발단은 건고추 가격 폭등에 있다. 올해 고추 작황부진으로 건고추 가격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높은 1㎏당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치솟으면서 군납농협들은 군납을 위해 건고추를 1㎏당 평균 2만3,780원에 사들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납 고춧가루 납품단가는 1㎏당 1만3,300원으로 1㎏ 납품에 1만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여기에 고춧가루 가공 및 운송비 등을 포함할 경우 군납농협당 47억원, 5개 농협에 모두 171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군 당국은 납품단가 조정을 거부해 막대한 손실은 고스란히 군납농협 몫이 됐다. 더욱 가관인 것은 군 당국이 내놓은 거부 이유다. 군 당국은 “계약재배의 목적이 가격 안정화인 만큼 가격 조정을 해 줄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참 기가 찰 노릇이다.
고춧가루 군납단가를 현실화하면 산지 고추 가격이 폭등이라도 한다는 것인가. 아무리 물가에 목을 매고 있다고 하지만 군 당국까지 나서서 물가 타령을 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또 군납농협들이 고춧가루를 납품해 떼돈을 벌겠다는 것도 아니고, 누가 봐도 뻔히 보이는 손실을 조금 나누자는 것인데 이를 외면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군대가 할 일이 아니다.
군납에 참여한 한 농협은 고춧가루 군납 손실이 농협 1년 손익의 4배가 넘는다고 한다. 그야말로 그 조합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이 모두를 차치하더라도 171억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계약대로 121억원어치 납품을 요구하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 군 당국이 못한다면 정부와 국회라도 나서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