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농산물 수출의 효자품목인 버섯이 출혈경쟁과 획일적인 수출물류비 지원, 조직화 미비로 내실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업체간 과당경쟁을 막으려면 수출창구를 일원화하고, 의무자조금 도입을 통해 자생적인 대외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버섯 수출량은 2005년 988t에서 2010년엔 2만1,566t으로 5년 새 22배나 늘었다. 기존 중국과 일본·홍콩시장은 물론 미국·유럽에서 참살이(웰빙) 바람을 타고 한국산 버섯이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팽이버섯 수출은 5년간 122배, 새송이버섯도 16배나 늘면서 버섯은 신선농산물 가운데 인삼·파프리카·배에 이은 4대 수출품목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2005~2010년 수출량이 22배 증가한 사이 수출액은 2,195만7,000달러에서 4,996만1,000달러로 2.3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그래프 참조>.
전체 버섯 수출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새송이버섯은 1㎏당 수출가격이 4.3달러에서 3.2달러로 내려앉았고, 팽이버섯 역시 1.9달러에서 2010년 1.5달러로 떨어졌다. 출혈경쟁으로 수출단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활동중인 버섯 수출업체는 50여곳. 하지만 취급액이 100만달러 이상인 업체는 8곳에 불과하다.
올봄, 모업체는 서울 가락시장에서 사들인 버섯을 호주에 덤핑수출했다. 이에 따라 현지 대형매장에서 한봉지당 2.8달러에 팔리던 팽이버섯이 1.39달러로, 새송이버섯은 5.99달러에서 3.79달러로 떨어졌다. 일부 업체는 김치나 다른 농산물을 컨테이너에 선적하고 남은 공간을 값싼 버섯으로 채운다는 게 버섯업계의 설명이다. 수출단가를 낮추기 위해 품질이 낮은 버섯을 수출하다 보니 현지에서 한국산 버섯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품질이나 가격보다는 물량을 기준으로 수출물류비를 지원하면서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농업네트워크 관계자는 “몇몇 버섯단체가 조직화를 통해 수출가격 가이드라인(지침)을 만들었지만,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영세업체가 아무런 불이익 없이 수출물류비를 받고 덤핑수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길이 막힌 버섯이 내수로 방향을 틀면서 국내시장도 점점 혼탁해지는 양상이다. 가락시장에서 새송이버섯 1㎏당 평균 도매가격은 2010년 3,127원으로 5년 전의 4,039원에 견줘 1,000원 가까이 떨어졌다. 느타리버섯 역시 같은 기간 2,921원에서 2,238원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유류비와 배지원료 같은 생산비는 계속 오르면서 폐업이 속출, 버섯농가 수는 2005년 8,305농가에서 지난해에는 4,163농가로 절반이나 줄었다.
이에 따라 버섯업계 내부에서는 생산자들이 구성한 유통위원회에 수출 독점권을 부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질랜드의 키위 수출 전문조직인 ‘제스프리’처럼 수출 단일창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사)한국버섯생산자연합회는 버섯 수출 유통명령제 도입을 뼈대로 하는 ‘버섯산업육성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농산물 의무자조금제를 토대로 유통명령제를 통해 최소가격이나 품질 등의 수출기준을 만드는 한편 위반업체 제재수단을 구체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연합회는 내년 19대 국회가 구성되면 입법화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버섯수출사업연구단을 통해 버섯산업의 전체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며 “버섯 수출창구를 단일화할 경우의 장단점, 보조금의 효율적 지원방안 등의 검토가 이뤄지면 이에 맞는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출처 :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