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경기 이천·여주지역 농가들이 외국인 근로자 고용신청을 위해 이천고용센터 건물 옆에서 밤새 대기하고 있다. 이천=한재희 기자 hanj@nongmin.com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일반 외국인(E-9)은 정부가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통해 전체 도입쿼터와 각 산업부문별 쿼터를 매년 결정한다. 이렇게 위원회가 결정한 외국인 쿼터는 상·하반기로 나눠 각 산업별로 배정되는데, 전국의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센터를 통해 각 산업별로 별도의 날짜에 신청받아 배정된다.
올해 농축산업분야의 도입쿼터는 전체 도입쿼터(5만7,000명)의 7.8%인 4,500명으로 결정됐고, 지난 10일 농업인들의 신청을 받아 상반기 쿼터인 2,700명에 대한 배정작업이 이뤄졌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농업인들의 밤샘 줄서기가 되풀이됐고, 일부 지역은 예년에 보기 힘든 과열 양상을 띠며 4박5일간 밤샘 줄서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강원 철원의 한 시설채소농가는 “의정부고용센터에서 6일부터 10일까지 4박5일을 꼬박 지새워 일도 못하고 몸도 너무 힘들었다”며 “과연 이 방식밖에 없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농업인들은 농축산업에 대한 쿼터 확대와 함께 배정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농업인은 “올해 외국인 근로자 쿼터가 지난해(4만8,000명)보다 9,000명 늘었으나 농축산업은 지난해와 똑같은 4,500명”이라면서 “농축산업에 대한 외국인 쿼터 확대를 통해 농촌 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농업인도 돕고 소비자도 돕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농축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외국인 근로자 규모는 8,000명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만큼 정부 차원의 쿼터 확대가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또 행정당국이 무조건 줄서기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쿼터를 할당하는 방식으로 배정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김계준 포천시 시설채소연합회장은 “밤샘 줄서기는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한 것이 주요인이지만, 고용센터의 컴퓨터만을 이용한 당일 신청도 문제”라면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사전 수요조사를 통해 지역별로 쿼터를 할당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면 농가들의 수고를 상당 부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외국인 쿼터를 무한정 늘리기는 힘들다”면서도 “밤샘 줄서기 해결을 위한 개선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