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과 한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쌀값이 전례 없는 강세를 보이자 물가관리에 목을 맨 정부는 연초부터 보유미를 대량 방출하고 있고, 농가들은 정부의 쌀값 끌어내리기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한우값은 폭락해 농가들의 위기감이 극에 달하자, 정부는 암소 도태장려금까지 내걸고 사육마릿수 감축에 나서고 있다. 정부대책이 향후 시장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국내 대표적인 민간 농업전문연구기관인 GS&J인스티튜트(이사장 이정환)가 최근 의미 있는 분석보고서를 펴내 눈길을 끈다. GS&J인스티튜트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앞으로 심각한 부작용과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 쌀값 역계절진폭 우려=GS&J인스티튜트는 지난 수확기 이후 쌀값이 강세를 보였지만 올 단경기(7~9월)에는 80㎏당 15만7,000~16만3,000원 선으로 떨어져 역계절진폭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올 수확기에 쌀값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정부가 시장개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경기 쌀값을 결정하는 수확기 쌀값, 생산량, 순민간재고 이입량, 국민총소득, 전년대비 수확기 가격 상승률 등의 변수를 적용해 분석한 결과다. 일반적으로 수확기 쌀값이 1% 등락하면 단경기 값은 0.8~0.9% 등락하고, 쌀 생산량과 순민간재고 이입량이 1% 증가하면 단경기 값은 약 0.3~0.5%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국민소득 1% 증가시 단경기 쌀값은 0.3% 하락하고, 전년대비 수확기 값 상승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단경기 값은 0.25%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 수확기 가격 상승률의 경우 약 17%로 매우 커서 올 단경기 쌀값을 지난해보다 6% 정도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변수를 종합하면 앞으로 쌀값은 약세를 지속해 단경기에는 1월5일 기준 쌀값(80㎏당 16만7,244원)보다 2.4~5.9%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GS&J인스티튜트 관계자는 “앞으로 쌀값이 하락할수록 역계절진폭이 늘어나 올 수확기 값을 지나치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정부는 시장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 연말 송아지값 회복 예상=GS&J인스티튜트는 최근의 한우값 폭락은 한우고기 값 하락이나 송아지 생산마릿수 증가 등 공급측면 때문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농가의 불안감이 증폭돼 송아지 입식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암소도태 유도보다는 과도하게 냉각된 송아지 입식의향을 회복시키는 데 대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초순 송아지 평균가격은 95만원으로 지난해 10월에 견줘 41%나 하락했다. 반면 한우 도매가격은 1월 초 1㎏에 1만2,421원으로 지난해 10월에 견줘 5% 하락에 그쳤다. 따라서 최근의 한우값 폭락은 송아지 가격의 문제이며 이는 농가의 입식수요 급감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분기별 송아지 생산마릿수는 2010년 말부터 감소추세를 보여 2011년 9~11월에는 전년 동기대비 17%나 감소했다. 암소 사육마릿수도 지난해 6월 이후 증가세를 멈췄고 인공수정률도 현저히 줄었다.
2011년 10월과 11월 인공수정액 공급량 기준 인공수정률은 2010년 동기대비 각각 4.6%포인트, 4.8%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암소 도축은 급증 추세다. 2011년 11월과 12월 암소 도축마릿수는 전년 동기대비 각각 19.3%, 44.6%나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GS&J인스티튜트는 최근 추세를 고려할 때 암소 투매만 없다면 올 12월 한우 사육마릿수는 284만마리로 지난 연말에 견줘 2만마리 증가하는 데 그치고, 송아지값은 164만원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정부의 사육마릿수 감축대책이다.
GS&J인스티튜트는 현 상황에서 정부의 한우 사육마릿수 조정정책이 오히려 시장에 역기능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암소 도축의 일시적인 증가는 도매가격 급락을 부추기고, 이에 따라 입식의향은 더 냉각돼 송아지값은 물론 쇠고기가격도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GS&J인스티튜트 관계자는 “사육마릿수 조정은 현재가격보다 2년 후 수급전망에 기초해 추진해야 하며, 현재의 한우문제 대책은 수요확대와 송아지 입식수요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송아지값은 과도하게 하락한 측면이 있다”며 “농가는 값 회복을 염두에 두고 암소 추격도축을 자제하고 송아지 입식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