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다.”
“정부 물가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의심된다.”
지난 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업전망을 두고 시장관계자들이 하는 말들이다.
이날 농경연이 공개한 농업전망에는 배추 등 주요 엽근채소에 대한 작기별 가격전망이 생략되거나 일부분만 간략하게 언급되어 있었다.
지난 몇년간 배추와 무, 양배추 등 주요 엽근채소의 수급을 전망하면서 작기별 가격전망도 구체적으로 함께 내놓은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농경연이 올해 농업전망에서 배추 등 주요 채소에 대한 가격전망을 예년과는 달리 아예 빼거나 간략하게 발표한 배경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2010년만 하더라도 농경연은 농업전망을 통해 그해 예상되는 봄배추값 전망에서부터 고랭지배추 출하기(7~10월)는 낮고, 가을배추 출하기(11~12월)에는 가격이 강세로 예상된다는 등 작기별로 가격전망을 발표했다. 지난해도 한해 배추값 전망을 하면서 재배면적과 생산량 관측을 토대로 고랭지배추와 가을배추 출하기의 가격을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 농경연 농업전망에는 월동배추 이후의 가격전망이 아예 빠져 있다.
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농경연이 2010년 발표한 자료에는 작기별 가격전망에다 한해 전체 평균 가격이 상품 18㎏당 7,500원 내외로 형성될 것으로 관측하는 등 수치를 통해 구체적인 가격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발표한 농업전망에도 시설봄무를 비롯해 고랭지무와 가을무에 대한 가격전망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월동무 생산량이 늘어 가격이 약세로 예상되는 시설봄무의 가격전망만 간략하게 언급한 채 나머지는 모두 생략해 버렸다.
이밖에 양배추와 당근도 2010년과 지난해에는 작기별 가격전망이 나와 있는 반면 올해는 빠져 있다.
이에 대해 유통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물가대책과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배추국장’ 신설 등 정부에서 물가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어 농림수산식품부와 농경연 담당자들이 가격을 언급하는 데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지난해와 올해 배추 등 주요 채소에 대해 정부 물가대책이 집중되면서 해당기관 공무원들이 채소값에 매우 민감해하고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농경연 연구원들이 가격전망을 언급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가와 산지유통인들은 산지에서 농사지을 작목과 규모를 선택하는 데 농업전망의 가격 전망이 가장 중요한 정보 가운데 하나로 인식돼 있기 때문에 농경연에서 조속히 가격전망을 내놓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업전망에서 가격전망은 수급전망과 함께 농가와 산지유통인들이 한해 영농계획과 출하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는데, 이 부분이 빠져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농경연에서는 하루빨리 가격전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농경연 관계자는 “배추같이 민감한 품목은 가격과 정책 등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매우 많다”면서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가격전망을 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