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어귀 좌판에 달래·냉이·씀바귀서껀 펼쳐 놓은 난전 할머니의 손에서 향긋한 봄내음이 묻어나는 계절입니다. 저만치 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봄이 잰걸음인 건 누구나 아실 터. 서두르지 않으면 올해도 봄나물 한접시 못 맛보고 그냥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뜨끈한 냉이 토장국에 조물조물 달래 무치고 봄동 겉절이 아삭하니 버무려 올린 밥상이라…. 스~읍! 생각만 해도 절로 군침이 돌지 않나요?
특히 된장과 찰떡궁합인 냉이는 국·찌개·나물 뭐든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멸치 육수에 된장 풀어 끓여낸 개운한 냉잇국은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되살리는 데는 딱입니다.
여기에 ‘봄 조개 가을 낙지’라고, 탱글탱글 살오른 모시조개 몇알 곁들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지요. 강된장에 두부 한모 뚝뚝 썰어 넣고 보글보글 끓이다가 어슷 썬 파와 홍고추를 얹어낸 냉이찌개는 밥도둑 계보에 올리고도 남습니다.
갖은 양념에 참기름 좀 치고, 된장에 무쳐도 좋고 초고추장에 무쳐도 좋은 냉이무침은 또 어떻고요.
초봄 식탁에는 달래도 빠지면 서운합니다. 적당한 크기로 썰어 식초와 깨소금으로 맛을 낸 새콤달콤한 달래생채는 봄 반찬으로 첫손 꼽기에 손색이 없지요. 달래 양념장 만들어 무밥이나 굴밥에 슥슥 비벼 먹어도 끝내주고요. 알싸한 달래와 달리 쌉싸래한 맛이 매력인 씀바귀는 액젓 좀 넣고 김치를 담그면 한마디로 ‘기냥 땡깁니다’. 은근 중독성이 있거든요.
냉이·달래보다는 며칠 더딥니다만, 거의 보양식 반열에 올라 있는 쑥도 ‘당근’ 빼놓을 수 없는 봄나물입니다.
무침도 좋지만, 쑥은 국이 제격입니다. 쌀뜨물에 된장 풀어 부드러운 맛을 살린 쑥국은 콩가루쑥국·들깨쑥국·바지락쑥국·굴쑥국·두부쑥국·도다리쑥국 등 종류도 많습니다. 특히나 살진 봄 도다리와 어울린 도다리쑥국은 미각과 건강 모두를 만족시키는 별미 중의 별미입니다. 오죽했으면 미식가들 사이에서 “봄에는 도다리쑥국 정도는 먹어 줘야…”란 말까지 생겨났을까요.
봄, 이거 금방 지나갑니다. 때 놓치고 아쉬워 말고, 서둘러 봄나물들 맛보세요.
아내 남편 따질 것 없이, 작정하고 장을 봐도 좋고 퇴근길에 한봉지 들어도 좋습니다. 다만 무침이든 국이든 봄나물을 요리해 먹을 때는 조심하시길. 상큼한 봄 향기에 혓바닥째 넘어갈지 모르니까.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