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예산군 예산읍 궁평리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정식한 지 엿새 된 봄배추를 농업인과 농협 관계자가 살펴보고 있다.
지난 2월28일 오후, 시설봄배추 최대 주산지인 충남 예산의 한 비닐하우스 단지. 10년 넘게 시설봄배추를 재배하고 있는 황선호 예산농협작목반연합회장은 배추 재배면적이 많이 줄어 지난해 봄배추와 같은 ‘폭락사태’는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황회장은 이어 지난겨울 남부지방 월동배추의 생산량은 많이 늘었으나 품위가 좋지 않아 저장성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시설봄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4월 이후엔 배추값이 예년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정섭 예산농협 과장도 “상인들의 봄배추 재배열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하지만 수박 등으로 작목 전환이 많이 이뤄져 시설봄배추 재배면적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돼 봄배추값은 지난해보다는 높게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가 등에 따르면 예산지역의 경우 시설봄배추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30%가량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지역 육묘장들도 전년에 비해 봄배추 모종을 30~40% 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밭떼기 거래값은 상승하고 있다. 현재 예산지역 밭떼기 거래금액은 하우스 1동(평균 220평 기준)당 1월 150만원 수준에서 현재는 200만원을 웃돌고 있는 등 계속 오르고 있다. 이는 그동안 관망세를 보이던 상인들이 재배면적 감소로 값 상승을 기대하고 밭떼기 거래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추값 상승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하우스 7동에 배추를 심었다는 김명선씨(52·예산읍 창소리)는 “밭떼기 거래가 늘고 값도 지난해보다 좋을 것으로 보이는데, ‘배추값 잡는다고 또다시 정부에서 나설까’ 우려된다”면서 “농가도 살고 상인도 살 수 있도록 정부에서 배려해달라”고 하소연했다.
인근의 시설봄배추 주산지인 서산지역 상황도 이와 비슷했다. 지난해 봄배추값 폭락으로 큰 손해를 본 상인들이 밭떼기 거래에 적극 나서지 않자 농가들이 하우스에 수박 등 대체작목을 심으면서 재배면적이 크게 감소했다.
특히 서산시 해미면 전천리·억대리·응평리·홍천리·귀밀리 등 5개 지역만 하더라도 2월20일 전후로 정식에 들어가 4월 하순께 출하할 봄배추 재배 하우스가 지난해에는 1,000동이 넘었지만 올해는 이보다 크게 줄어든 600~700동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산 대성육묘장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봄배추 재배열풍이 불 때엔 육묘장이 배추 모종으로 가득 찼는데 올해는 이와 반대 현상이 나타나 육묘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배추농가들은 “밭떼기 거래값이 오르면서 배추 재배로 작목을 전환하려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3월 초까지는 정식이 가능하지만 지역에서는 현재 모종을 구할 방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