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동배추의 저장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설봄배추가 나오기 이전에 배추 수급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밤 서울 가락시장의 한 중도매인이 낙찰받은 배추를 손질하고 있다.
월동배추의 저장성 하락속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설봄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4월 말 이전에 배추의 수급불안까지 우려된다.
산지농가와 유통인들에 따르면 지난해 정식에 들어간 월동배추가 속이 밸 무렵 비가 자주 내려 웃자란데다 겨울철 한파로 언 피해를 크게 입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과 2월 저장에 들어간 배추들의 저장성이 크게 나빠져 잎이 하얗게 변하는 등 품위가 갈수록 악화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저장에 들어간 월동배추의 감모율도 예상보다 심각해 생산량에 비해 출하량은 정부 전망치보다 더 적을 것으로 산지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일부 월동배추 산지에서는 시장에 출하해도 생산비조차 건지기 어렵다고 판단한 출하주들이 품위가 떨어지는 배추의 수확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월동배추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이레유통영농조합법인의 김영진 대표이사는 “1월에 월동배추의 60%가량을 저장했었어야 하는데 배추값이 생산비 이하로 낮게 형성돼 저장이 늦게 이뤄지면서 한파 피해를 크게 입었다”며 “1월 말 이후 급하게 저장창고에 입고된 배추들 가운데 상당량은 저장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월동배추의 품위가 낮아지면서 도매시장에서 출하주와 중도매인간 분쟁건수도 크게 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월동배추의 속박이 출하가 전체 반입량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가락시장의 한 중도매인은 “월동배추를 낙찰받아 식자재업체 등에 납품했는데 짓무른 배추가 예상외로 많아 반품 요구로 곤욕을 겪었다”면서 “품질이 좋은 배추를 위에 얹고 아래에는 품질이 떨어지는 배추를 까는 식의 속박이 출하를 하는 사례가 많이 보인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월동배추 품위가 크게 떨어지자 등급에 따른 가격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중도매인들이 선호하는 배추 특품은 10㎏ 한망당 1만원을 웃돌고 있지만 품위가 크게 떨어지는 배추는 1,000원도 채 되지 않는 실정이다.
오현석 대아청과 경매차장은 “최근 반입되는 배추 가운데 상품성이 떨어지는 중·하품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산지에 저장된 배추들도 전반적으로 물기가 많고 짓무름이 심해 출하해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경매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