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의 연중생산 체계가 확대되고 수입량도 급증하면서 과일시장 지도가 바뀌고 있다. 경쟁관계에 있는 품목이 달라지는가 하면 소비자 선호도에 따라 품목별 생산량이 늘거나 줄어드는 등 시장 구조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이 변하는 만큼 그에 걸맞게 과일 생산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연중생산 품목 확대
계절별로 주출하품목이 뚜렷이 구분되던 과거와 달리 시설재배가 늘면서 연중 생산되는 과일이 늘어났다. 토마토와 수박은 이미 1년 내내 생산이 가능한 품목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계절에 따른 생산량 차이는 있지만 연중 공급이 가능해진 것이다.
참외도 생산 가능시기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더니 올해 들어서는 1월 초출하를 시작해 11월 출하를 마무리하는 실질적인 연중생산 체계에 돌입했다.
딸기는 초출하 시기를 계속 앞당기면서 10월 출하 시작이 가능해졌고, 최근엔 고설재배 농가가 늘어나면서 조만간 초여름인 6월까지 출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연중생산 체계에 돌입하면서 품목별 주출하 시기도 변했다. 한여름에야 주품목이 되던 수박은 초여름인 5월이 주출하기가 됐고, 봄철에 맛보던 딸기는 11월부터 시작해 한겨울이 제철이 됐다. 토마토는 주출하 시기라는 개념 자체가 옅어지고 1년 내내 풍족한 품목으로 변했다.
◆수입과일 공급량과 품목 증가
과일 수입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06년 54만t 수준이던 것이 5년 만인 지난해에는 65만t으로 11% 늘어났다. 그 결과 수입과일의 국내시장 점유비가 전체 시장의 26%에 달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형마트의 경우 과일 매출 중 수입과일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품목도 다양해졌다. 바나나·오렌지·포도 등 몇가지 품목에 집중돼 있던 수입과일 종류가 최근 들어서는 체리·망고·자몽 등으로 확대됐다.
◆생산체계 정비 필요
과일의 공급 상황이 이처럼 변하고 있는 만큼 생산체계도 이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겨울철 과일이 감귤밖에 없던 시절과 오렌지 등 수입과일은 물론 딸기까지 경쟁해야 하는 지금은 감귤 생산과 판매체계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겨울 감귤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딸기의 작황이었다.
사과·배·단감 같은 저장과일도 새로운 시장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겨울철 과일이 귀하던 때에야 저장과일의 희귀성을 인정받았지만 연중 풋과일이 출하되는 요즘에는 경쟁해야 할 과일이 많기 때문이다.
김청룡 농협 도매사업단장은 “재배기술이 발달하고 세계화로 인해 과일시장의 공급체계가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면서 “개별 품목별 생산 현황에 한정하지 않고 전체 시장의 공급체계를 고려한 생산·판매체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