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일 한국한봉협회 이사가 쌓여있는 빈 벌통을 가리키며 토종벌 농가의 심각한 피해를 설명하고 있다.
◆토종벌 ‘전멸 직전’
20일 찾아간 전북 남원의 토종벌 사육 현장. 400군 가까이 토종벌을 사육했다던 산에는 빈 벌통만 남아 있었다. 남원지역은 낭충봉아부패병이 발생하기 전에는 250군 이상 사육하는 전업농만 150농가였으나 올해는 8농가 20군 정도만 남았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1만7,500농가가 기르는 토종벌 41만8,000군 가운데 76%인 31만7,000군이 폐사했다. 하지만 토봉농가가 느끼는 토종벌 폐사규모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한봉협회는 지난해에 2009년과 비교해 토종벌의 98%가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죽었고 지금도 진행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농가들은 이대로 가면 토종벌이 전멸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의 애벌레가 번데기로 탈바꿈하기 전에 말라 죽는 바이러스 질병으로, 발병 및 전파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고 뚜렷한 치료방법도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농식품부가 올해 토종벌 종 보전 육종·보급사업으로 입식비 지원을 위해 100군 이상 보유하던 농가들에게 신청을 받았지만 전국적으로 13개소 1,300군만 신청했다고 한봉협회측은 밝혔다. 정부가 기준을 50군으로 낮췄지만 신청농가가 적기는 마찬가지. 토종벌 가격이 군당 70만~80만원으로 치솟고 그마저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춘일 한봉협회 이사는 “현재 토종벌은 전국에 4,000~5,000군만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농가 현장교육을 펼치는 토종벌 전문가 김대립씨는 “토종벌을 보존하려는 특단의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나마 남은 토종벌도 올해 안에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각적 회생대책 적극적으로 펼쳐야
우선 농민들은 토종벌의 낭충봉아부패병의 농업재해 인정과 보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농업재해대책비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손점암 한봉협회장은 “낭충봉아부패병으로 발생한 농가 피해액만 1,700억원에 달하는데 보상해 주지 않는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5월 초에 1차로 토종벌 1,500여농가가 600억원대의 법정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대립씨는 “서양벌이 있다는 이유로 토종벌이 사라지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심각한 상황이 우려된다”며 “토종벌 사육기술과 우수종 연구개발, 낭충봉아부패병의 예방 및 치료법 개발 등을 연구하는 중장기적인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개발한 낭충봉아부패병 예방법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춘일 이사는 “개량벌통은 벌 보존에는 효과가 있지만 꿀 생산은 어려워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용수 농진청 잠사양봉소재과 연구사는 “현대식 개량벌통으로 낭충봉아부패병 예방은 물론 생산성 향상도 가능하지만 벌 채집방법이 기존과 다르고 번거로운 점이 있어 올해는 교육과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