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벌이 사라질 위기에 몰려 있다. 농민들은 토종벌의 99%가 이미 죽었다고 추정한다. 꿀벌의 애벌레가 번데기로 탈바꿈하기 전에 말라 죽는 ‘낭충봉아부패병’ 때문인데 남은 1%도 버텨낼지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문제는 이 병의 원인을 아직 명쾌하게 찾지 못하고 있고 뾰족한 치료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서양벌에서도 곰팡이성 세균에 의해 몸이 딱딱하게 굳는 ‘석고병’ 등이 일부 지역에 발생해 양봉농가들이 긴장하고 있다. 양봉업계는 서양벌의 피해를 대수롭지 않게 보는 모양이다. 하지만 2010년 낭충봉아부패병이 발병했을 때 가볍게 넘겼다가 낭패 당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벌에 치명적 피해를 주는 질병이 토종벌과 서양벌이 다르고 수분하는 식물 종도 다르다는 이유로 방치해서는 안될 일이다. 토종벌이든 서양벌이든 한가지 종만 남으면 치명적인 질병이 왔을 때 전멸할 수 있어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벌에 대한 위협이 이처럼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데도 기타가축이라는 이유로 관심을갖지 않다가 큰 화를 부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세계 주요 100대 농작물 수분작업의 71%가 꿀벌에 의존할 정도로 벌의 가치는 매우 크다. 우리나라만 해도 벌이 농작물의 수분작용에 기여한 경제적 가치가 약 6조원에 달한다. 심지어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이 멸종하고 인류도 4년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마침 정부가 토종벌 종 보전 육종·보급사업을 펴고 있지만 벌이 없고 농가의 참여도 저조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청정지역에 토종벌보호구역을 지정해 육종·번식·보급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다. 이상기후와 농약·전자파로 꿀벌이 떼로 사라지는 ‘봉군붕괴증상(CCD)’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도 없다. 벌이 사라지는 끔찍한 재앙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