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봉호 전남 무안 운남농협 조합장(왼쪽부터)과 김길언 경남 남해 동남해농협 조합장, 고금석 제주 함덕농협 조합장이 창산현의 한 마늘밭에서 생육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중국 산둥성 진샹현. 한국인이 많이 사는 항구도시 칭다오(靑島)에서 동쪽으로 차를 타고 4시간 넘게 달려야 도착하는 곳이다. 우리로 치면 일개 군(郡) 정도인 작은 시골이지만 이곳은 중국 내에서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큰 마늘 주산지다.
도착 한시간 전부터 알싸한 마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어 보이기 시작한 마늘밭. 잎 끝이 노릇노릇해진 마늘밭이 지평선이 보이지 않을만큼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달려도 달려도 마늘밭이구먼….” 동행한 전영남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시내에 들어서자 마늘종을 잔뜩 실은 세발 트럭이 빵빵거리며 도로를 질주하고, 곳곳에 설치된 수매장 입구마다 마늘종 트럭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 마늘종은 수매 후 저장작업을 거쳐 연중 출하되는데, 상당량은 한국으로도 반입된다.
한 마늘종 저장소에 들어서니 남녀 인부들이 냉장저장창고에 마늘종을 부지런히 밀어 넣고 있었다. 마늘종은 한눈에 봐도 굉장히 두툼하고 튼실했다. 하지만 올해는 생산량이 많이 줄어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게 현지인들의 공통된 얘기다. 8일 현재 이곳의 마늘종 수매가격은 1㎏에 3.9위안(1위안=약 200원). 지난해 2.8위안에 비해 40% 오른 값이다. 지켜보던 김병균 농협중앙회 도매사업단 팀장은 “우리나라 마늘종은 길어 봐야 수확 후 넉달 안에 소진되기 때문에 가을~겨울철 일식집 등에서 제공하는 마늘종은 거의 100%가 중국산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찾은 마늘밭. 이곳은 난지형 마늘 중에서도 대서마늘을 주로 재배한다. 흰색에 가까운 대서마늘은 남도마늘에 비해 매운맛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크고 길쭉하다. 본격적인 마늘 수확은 마늘종 작업이 끝나고 20일 후인 5월25일 전후에 이뤄진다.
밭에 들어가 생육상태를 살피던 류근준 경남 남해 새남해농협 조합장 등이 “마늘 품질이 의외로 좋지 않다”고 지적하자, 중국인 마늘밭 주인 이지우펭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해 겨울부터 올봄에 걸쳐 저온현상과 가뭄이 극심해 많은 밭에서 냉해를 입었고, 잘 자라지 못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밭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실제로 작황은 대체적으로 부진한 편이었다. 마늘을 뽑아서 살펴봤더니 알 자체가 작았고, 3.3㎡(1평)당 마늘 줄기수가 눈에 띄게 적었다.
급격한 도시개발과 이농 등으로 인해 마늘 재배면적도 크게 줄어들었다는 게 농가들의 한결같은 말이었다. 지역 농가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진샹지역의 올 마늘 재배면적은 70만8,000무(1무=726㎡·220평). 지난해(72만무)에 비해 1만2,000무가 감소했다.
또 다른 주산지인 창산현. 진샹에서 서쪽으로 100㎞ 정도 떨어진 곳이다. 이곳은 마늘 재배역사가 1,000년이 넘는 유서 깊은 마늘 고장이다. 우리나라로 보면 전북 전주와 같은 위도상에 위치해 있는데, 우리나라 주력 품종인 남도마늘을 생산한다. 이곳 역시 재배면적 감소에다 단위당 수확량이 크게 줄어 전체 생산량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었고, 일부에선 지난해보다 최대 30%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현장을 둘러본 농협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중국의 마늘 작황을 보니 올해 산지농협의 햇마늘 수매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농민이면서 산지 수집상이기도 한 ㅍ씨(37)는 “재배면적이 줄고 작황까지 부진해 올해 수매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면서, 지난해산 저장마늘의 값이 껑충 뛰었다”고 했다. 3월 상순의 저장마늘 가격은 1㎏당 2.8~3위안(560~600원)이었지만 4월 하순에는 4.8위안(960원)대로 급등했고 이마저도 물량이 거의 없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설명이다.
2000년대 초중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중국을 휩쓸었을 때 마늘을 많이 먹는 산둥성에서는 사망자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중국 내 마늘의 인기가 치솟은데다,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등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등으로 수출량이 급증한 것도 마늘 품귀 현상에 한몫을 더했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