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한·미 FTA 국회 비준 과정에서 추가보완대책으로 밭농업직불제가 도입되면서 당초 쌀에 집중된 직불제를 과일·채소·축산 등으로 확대해 농가 단위로 소득 안정을 꾀한다는 제도 취지가 상당 부분 희석된 것이 일차적인 요인으로 풀이된다.
또 농가소득안정직불제 도입을 위해 쌀직불제와 밭농업직불제 등을 한데 묶을 경우 한정된 재정여건상 쌀직불제의 지원이 현행 방식보다 약화될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해 거센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재검토의 배경으로 전해졌다.
무리한 제도 도입시 예상되는 혼선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시장 개방에 대응한 농업소득 보전장치 강화라는 측면에서 선진국형 농가소득안정직불제로의 개편을 기대해 온 농업계에서는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농림수산식품부 고위관계자는 “기존 품목별 지원방식의 직불제를 농가 단위로 전환하는 농가소득안정직불제를 지난 2년간 도상연습한 결과 현재로서는 제도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밭농업직불제 시행이 농가소득안정직불제 도입방안을 재검토하게 된 일차적인 요인이다. 2007년 한·미 FTA 협상 타결 후 그해 6월 피해보완대책으로 ‘농가 단위 소득안정제’ 도입이 결정됐다. 이후 농식품부는 2009년 2월 지원 대상을 주업농으로 한정하고, 품목별 지원을 농가 단위로 전환하되, 농가 책임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농가 부담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고추·마늘 등 19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 밭농업직불제 도입이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요구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당초 쌀 중심의 직불제를 주요 밭작물 등으로 확대하려던 제도 도입 목적이 일부 달성됐다는 게 농식품부 판단이다.
또 쌀직불제가 농가소득안정직불제로 편입될 경우 파생될 문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도 농식품부가 고민하는 대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존 쌀 고정직불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농가 단위 직불 대상을 소득 확인이 가능한 품목으로 전면 확대할 경우 과연 그에 상응한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고, 반대로 한정된 예산을 고려해 쌀 고정직불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농가가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제도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기존 쌀 고정직불과 밭직불제에 미국이나 캐나다의 수입보험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기존 직불제 틀을 유지하면서 수입보험으로 소득 안정기능을 보강할 수 있고, 농가도 일정 수준 자부담을 하게 돼 ‘일방적인 지원’이라는 지적에서도 자유로운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단 올 연말까지 3년간 도상연습한 결과를 토대로 정부 입장을 정하고 국회에 보고한 후 최종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농가소득안정직불제=당해연도 농업소득이 기준소득보다 낮을 때 그 일부를 보조금으로 메워 주는 선진국형 직불제의 하나.
●수입보험=기준소득보다 수입이 낮으면 정부와 농가가 공동으로 적립한 기금 중 일부를 농가에 지급하는 제도.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