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추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얼갈이·열무값에도 못 미치고 있다. 22일 서울 경동시장 채소 노점에서 소비자들이 얼갈이와 열무 등을 구입하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시장(일명 경동시장). 농산물 도매와 소매가 함께 이뤄져 전국 재래시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기로 유명한 이곳에서도 배추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채소류를 판매하는 상점과 노점들이 배추는 매대 뒷전에 쌓아 두고 대신 얼갈이·열무·알타리를 전진 배치해 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날 이 시장에서 얼갈이(한단 1.5㎏)는 2,000~2,500원, 열무(한단 1.5㎏)는 2,500~3,000원, 배추는 한포기(3.3㎏)에 2,500~3,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노점상 정미자씨(52)는 “배추는 무겁고, 부피가 커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데다 값도 워낙 떨어져 마진이 줄자 상인들이 기피한다”며 “소비자들도 날씨가 더워지자 배추보다는 얼갈이·열무 등을 선호해 팔지 못한 배추는 시래기용으로 말릴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주요 언론이 ‘황금배추’ 운운하며 배추가 서민물가 인상의 주범인 양 보도를 쏟아내고, 정부도 물가안정이란 명분을 앞세워 중국산 배추 긴급수입을 결정한 지 불과 한달여 만에 배추는 이처럼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서울 가락시장의 22일 배추 도매값(상품 10㎏ 한망)은 한달 전(1만2,276원)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3,872원을 기록했다. 배추 한포기당 도매값이 1,290원, 1㎏으로 환산하면 387원에 불과한 셈이다. 반면 이날 얼갈이(상품 4㎏ 한상자)는 3,231원으로 1㎏당 807원에, 열무(상품 4㎏ 한상자)는 1㎏당 1,192원꼴인 4,770원에 경락돼 배추의 자존심을 크게 구겨버린 상태다.
문제는 배추값 하락세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올해 봄배추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줄었다고는 하지만 작황이 좋아 앞으로 배추가 쏟아져 나오면 가격은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시장 안팎에서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보다 면적이 크게 감소한 시설봄배추가 집중 출하되면서 배추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는데, 앞으로는 시설재배보다 물량이 많은 노지배추가 본격적인 출하를 앞두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배추 수요를 대체할 얼갈이·열무·알타리 등도 꾸준히 생산될 예정이어서 배추값 전망은 매우 어둡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시설배추와 터널재배 물량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고, 노지재배 배추도 출하를 앞두고 있어 자칫하다간 지난해처럼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올 봄배추 재배면적을 시설재배는 지난해보다 35% 줄어든 3,140㏊, 노지재배는 작년보다 4% 감소한 6,995㏊로 추정한 바 있다. 따라서 6월 봄배추는 값이 폭락했던 지난해(2,195원)보다 높고 평년(3,485원)과 비슷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상이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