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과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국산 과일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5월29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에서 소비자가 미국산 체리를 구입하고 있다.
본지가 관세청의 무역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4월 말까지 국내에는 오렌지·포도·파인애플·바나나를 비롯해 망고스틴·두리안·아보카도 등 이름조차 생소한 과일이 대거 수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 동안 국내에 수입된 오렌지는 14만823t으로, 지난해보다 24.7%나 증가했다. 포도 역시 칠레와 미국 등으로부터 3만8,100t(지난해 2만9,999t)이 들어왔고, 파인애플도 지난해(2만3,058t)보다 1,100t 가량 늘어난 2만4,316t이 반입됐다. 바나나 수입량도(11만6,000t→12만5,000t)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 소비 대중화가 이뤄지지 않은 크랜베리의 경우 지난해에는 26㎏만 수입됐지만 올해에는 6,888㎏을 들여와 수입량이 무려 265배나 증가했다.
또 열대과일인 망고스틴은 지난해에는 같은 기간 동안 수입실적이 전혀 없었으나 올해는 840㎏이 수입됐고, 두리안도 지난해보다 9.3배 증가한 7,844㎏ 반입됐다. 무화과(7만3,244㎏→58만3,612㎏)·망고(42만㎏→113만㎏)·코코넛(37만7,000㎏→72만4,000㎏) 등도 수입량 증가세가 뚜렷했다.
이밖에 아보카도·만다린·람부탄·리치 등도 소량이지만 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체리, 국내시장 공습 시작= 과일 유통업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한 관세 혜택으로 지난 봄철 수입이 폭증했던 미국산 오렌지는 이제 ‘끝물’로 접어들었지만 관세가 철폐된 미국산 체리의 국내시장 공습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수입된 미국산 체리는 현지 작황 부진으로 가락시장 도매가격이 5kg 한상자에 9만~10만원에 달할 만큼 높게 형성돼 아직은 소비가 부진한 상태. 그러나 6월 중순경에 접어들면 주 품종인 캘리포니아산 <빙> 체리가 대량 수입될 수 있고, 이후 워싱턴 인근에서도 본격적으로 체리 생산이 이뤄져 현재의 절반값 수준에서 체리 수입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유통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한대훈 한국청과 과일경매사는 “과일 수입상 가운데 영세한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수입상들이 올해부터 미국산 체리 수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체리를 수입하는 업체수가 최소 100여개는 될 것으로 추산돼 수입량도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나 국산 과일시장을 잠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상균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사도 “6월 중순이후부턴 시장에서 발에 걸리는 것이 미국산 체리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산 과일 전반에 악영향=이처럼 수입과일의 공세가 점점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자 전문가들은 여름 과일은 물론 가을 과일까지 소비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하며 국산 과일의 품질 고급화와 생산비 절감, 안전성 확보 등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자조금 제도를 활성화시켜 국산 과일의 우수성 홍보를 강화하고 정책적으로도 국산 과일의 소비 확대책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농업계의 한 대학교수는 “유럽연합(EU) 등 일부 선진국들은 비만예방 정책의 일환으로 학교에서 과일·채소를 많이 먹도록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를 폭넓게 도입하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은 물론 국내 과일산업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