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등학교의 학급수와 학생수에 대한 최저 기준을 정하는 내용의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 개정안(본지 5월30일자 보도)에 대한 지자체와 농업계, 일선 교육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개정안대로라면 소규모 학교는 폐교 위기에 내몰릴 뿐만 아니라 예산 및 시설투자 지원 등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어 농산어촌 및 도서벽지의 교육 황폐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전남도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해 줄 것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했다.
전남도는 건의문을 통해 “교육부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은 농산어촌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지역 균형발전과 함께 대도시·농산어촌·도서벽지의 교육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재고해 달라”며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학급당 학생수와 학급수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토록 하는 개정안은 오지·낙도 및 농어촌 학교의 폐쇄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는 의무교육 대상자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전남도는 여건이 비슷한 전북, 경남·북, 충남·북, 강원 등의 광역지자체를 비롯해 교육 및 학부모단체 등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공동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농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농연은 “교과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농어촌 지역의 초등 78%, 중등 66%, 고등 31% 등 4,826개 가운데 3,270개 학교가 통폐합 대상에 해당된다”며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농어촌 지역의 학생들은 도심으로 내몰려 농촌 젊은 층의 탈농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농연은 또 이러한 개정안이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기조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는 ‘농어촌 지역의 인구유입과 지방균형 발전’이라는 핵심 국정기조 아래 귀농·귀촌운동, 농어촌 삶의 질 향상 계획 등 다양한 대책을 개발하고 있다.
지자체도 농어촌 학교의 활성화가 인구유입의 필수요건이라는 인식 아래 농어촌 소규모 학교의 육성을 위한 많은 예산과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교원단체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한 교직원단체 간부는 “학교가 없어진 농산어촌에서는 아이를 기를 수 없게 되고, 결국에는 농산어촌지역 공동체의 붕괴가 초래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경북 경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 등으로 다시 찾아오는 농촌학교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이 같은 개정안이 나와 당황스럽다”며 “통폐합으로 보다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학생들간 이질감이나 통학에 따른 교육의 질 저하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획일적인 기준에 맞춰 무조건 통폐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소규모 학교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것일 뿐 인위적 통폐합을 위한 조치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김병규 교과부 지방교육재정과장은 “이번 개정안은 과소규모 학교의 경우 두개 이상 학년을 한학급으로 운영하거나 비전공 교사를 배치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거리·통학 등 교통이 불편한 지역의 경우 시·도교육감이 별도 기준을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