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저온현상과 최근 발생한 우박 피해 등으로 올해 사과 작황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 역시 심각한 병해충 피해로 농가들이 벌써부터 비상 방제작업에 돌입하는 등 올해도 사과·배의 생산량이 저조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사과·배 재배농가에 따르면 봄철 저온현상과 개화기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대부분 지역에서 사과의 착과율이 저조하고 우박 피해까지 겹쳤으며, 배 농가들은 극심한 병해충으로 곳곳에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과의 경우 개화기인 4월27일 경북 영주·의성지역에서 저온현상과 서리피해로 수정이 잘 안되는 피해를 입은 데 이어 5월8일에는 갑작스러운 우박까지 내려 경북지역 사과 주산지 1,362㏊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5월17일에는 경북과 충북지역의 사과 주산지 1,529㏊가, 5월27~30일에는 충북·경북·경남지역 사과 주산지에서 2,000㏊ 이상이 우박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농경연측은 경북 청도·청송·상주, 충북 보은지역에서는 우박으로 인해 사과 비상품과가 늘었고 전체적인 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국내 사과 생산량이 수확기 갈반병 등으로 전년(46만t)에 비해 17% 줄어든 38만t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생산량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농경연은 이미 올 사과재배면적이 3만806㏊로, 지난해(3만1,167㏊)보다 1.2% 감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면 배는 올해 착과수가 지난해보다 약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지만, 병해충 발생이 심각해 농가들이 애를 태우는 실정이다.
농경연이 최근 전국 배 농가를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 조사결과 지난해보다 농가가 사용한 배 봉지수가 평균 1.4%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최근에 내린 우박 피해면적도 사과에 비하면 크지 않다는 것이 농경연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올해 배는 5월 말 현재 전국 흑성병 발생률이 11.1%로, 지난해 같은 시기(7.6%)에 비해 3.5%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배나무에 흑성병이 발생하면 과일 표면에 흑색 병반이 생기면서 상품성을 잃게 된다.
배나무 적성병 발생률도 작년 이맘 때는 2.1%였으나 올해는 4.6%로 높아졌으며, 꼬마배나무이·깍지벌레·진딧물 등 해충 발생도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상권 전국배사랑동우회장은 “올해는 개화기 이후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는데도 전국적으로 흑성병이 번졌지만 아직 확실한 원인을 알 수 없어 답답하다”며 “병이 심한 과수원은 전체 과수의 60% 이상이 흑성병에 감염됐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고 농가 분위기를 전했다. 김석병 평택과수농협 상무는 “흑성병이 한번 침투한 과수원은 방제를 잘해도 3년 동안 피해가 나타나게 돼 농가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며 “흑성병이 심각하면 배 생산량이 아무리 많아도 상품으로 유통시킬 수 있는 것이 드문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사과·배의 생산량이 감소하면 당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국산과일에 대한 소비자 부담을 늘려 결과적으로 수입과일 소비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수목갱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