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부저병에 걸린 토종벌 벌집.
토종벌을 기르는 농가와 관련단체들은 “현재 토종벌은 애벌레가 번데기로 탈바꿈하기 전에 말라 죽는 낭충봉아부패병으로 99%가 이미 죽었고, 남은 1% 중 70%도 미국부저병에 걸렸다”며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부저병은 꿀벌 유충에 생기는 세균성 감염증으로, 유충이 부화가 되지 않거나 말라 부패하게 되는 병이다. 토양이나 벌통 속에서 내생포자 상태로 30~40년은 감염력을 유지하며 살아 있어 소독하거나 소각하지 않으면 사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는 1950년대에 서양벌이 이 병에 걸린 후 전국적으로 번졌지만 토종벌 감염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성희 한국한봉협회 감사는 “전남 구례군은 낭충봉아부패병이 발병하기 전 780 농가에서 2만7,000군의 토종벌이 있었지만 현재 5~6농가 200여군밖에 없다”며 “이 중에서 150군 정도가 폐사하거나 날아갔는데, 그 원인이 미국부저병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남 지역에서도 80% 이상의 농가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고, 경남 창녕과 경북 포항에서도 감염됐다는 소식이 들리는 등 이 병이 전국적으로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농민들은 이처럼 토종벌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데도 방역 당국이 이에 대한 대책을 미리 세우지 않는 것은 ‘토종벌 산업을 포기하겠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며 비난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강승원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꿀벌질병관리센터 연구관은 “현재 전국 토종벌의 70%는 미국부저병 유전자를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연구관은 “미국부저병 유전자를 보유하더라도 벌이 건강하면 문제가 없다”며 “다만, 최근에 감염된 미국부저병의 균이 테라마이신에 내성을 갖고 있어 반드시 엠피실린을 투여할 것”을 당부했다. 꿀벌질병관리센터는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미국부저병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 데 이어 주의보를 발령할 방침이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