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남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왼쪽 두번째)과 양파 재배농업인들이 올해 품질과 수확량이 크게 떨어진 양파를 살펴보고 있다.
5일 양파 주산지인 전남 무안군 해제면에서 만난 김판진씨(45·양월리).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양파 2만9100㎡(7,000평)를 재배한 김씨는 “정부 말처럼 실제 농가 수입도 올랐으면 무슨 걱정이겠느냐”며 서운한 감정을 쏟아냈다. 김씨는 양파를 전남서남부채소농협과 전량 계약재배해 출하하고 있다. 그가 올해 2만3,100㎡의 밭에서 수확한 양파는 20㎏들이 4,371망. 1망당 1만2,000원을 받아 전체 수취가격은 약 5,245만원이다.
지난해 수매가격 1만원에 비해 20% 올랐지만, 결과적으로 조수익은 전년(5,608만원)보다 오히려 350만원 줄었다. 봄철 잦은 비와 수확기의 극심한 가뭄으로 생산량이 전년(5,608망)보다 22% 줄었기 때문. 게다가 올해 생산비는 인건비·종자대·비닐 등의 가격 상승으로 지난해보다 10% 이상 올랐다. 따라서 이를 감안한 실제 수익 감소액은 이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 김씨의 하소연이다.
양파 재배경력만 20년이 넘는 안순환씨(56·현경면 송정리)는 김씨보다 사정이 더 나쁘다. 그는 올해 1만9,800㎡(6,000평)의 면적에서 4,500망 정도를 수확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9,000망)의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 때문에 수입도 지난해 1억원보다 크게 줄어든 6,5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안씨는 “농협에 5,000망을 내기로 계약했는데, 3,000망을 내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은 김씨와 안씨뿐만이 아니다.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이 정확한 양파 생산량과 소득 비교를 위해 지난해와 올해 같은 면적에서 전량 농협에 출하한 5농가를 표본조사한 결과 수확량은 29% 줄고, 수입은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농협이 450여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수매한 물량도 올해는 65만망에 그쳐 지난해(100만망)보다 35%나 준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양파농가들은 “과거에는 작황이 나빴어도 소득이 일정 부분 보전됐지만, 최근 들어선 값이 조금만 올라도 대량으로 수입하는 바람에 생산비조차 건지기 어렵다 보니 농가 경영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자 재배농가들도 올해 작황 부진으로 실수입면에서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충남 당진시 송악읍 원창재씨(66·기지시리)는 올해 1만4,850㎡(4,500여평)에서 감자를 생산했지만, 소득을 올리기는커녕 400만원가량을 밑지는 상황이 됐다. 원씨는 올해 송악농협과 감자 36t을 계약재배했지만 가뭄 등의 영향으로 22t을 수확하는 데 그쳤고, 이 때문에 감자 판매대금도 당초 예상했던 3,015만원의 50.2% 수준에 불과한 1,515만원에 그쳤다. 그나마 1,515만원도 송악농협이 감자수매가를 지난해 1㎏당 500원에서 올해는 670원으로 34% 올려줘 가능했다.
하지만 원씨가 올해 감자농사에 투입한 생산비는 지난해 1,621만원보다 17.6% 늘어난 1,907만원으로, 올해 판매대금보다 훨씬 높았다. 씨감자 구입비가 262만원에서 412만원으로 무려 57.2% 오른 데다 인건비와 비닐, 농기계 임대료 등도 모두 올랐기 때문. 결국 원씨는 올해 1,907만원을 들여 땀 흘려 농사를 짓고도 392만원의 적자를 봤다.
송악농협에 따르면 올해 계약재배 물량은 3,200t이었지만, 생산량 감소 여파로 수매량은 1,900t 수준에 그쳤다. 최동호 송악농협 판매계장은 “보통 밭 990㎡(300평)에 20㎏들이 160~170상자를 수확하는데 올해는 평균 80상자밖에 되질 않았다”며 “무작정 수매가를 높여 줄 수도 없어 농민들의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