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 제 고향에서는 수세미가 만병통치약이나 다름없었어요. 동네 어르신들은 여름철 삐죽하게 자란 줄기를 잘라 수액을 받은 다음 기침이 날 때마다 상시 복용했죠. 기관지 천식이나 가래 끓는 데 그만이어서 저도 어렸을 적부터 그걸 먹고 자랐습니다.”
도씨와 수세미의 인연은 어느 날 우연히 시작됐다. 사업에 실패한 뒤 재기를 노리던 그에게 당시 북면 면장이던 지인이 ‘한번 심어 보라’며 건넨 것이 수세미였던 것. 일찍부터 수세미의 효능을 믿고 있던 그는 주저 없이 수세미 농사에 뛰어들었다. 그것이 2005년의 일이다.
“그때 지인이 건네준 수세미 씨가 50알이었어요. 줄줄이 사업에 실패한 뒤라 밭 한뙈기 갖고 있지 않던 제게 수세미는 구세주나 다름없었죠. 자투리 땅만 있어도 수세미는 잘 자라거든요. 그 효능은 익히 알고 있었기에 잘만 심으면 돈이 될 거라 믿었습니다.”
그의 바람대로 수세미는 별다른 손길 없이도 잘 자랐다. 6월10일경부터 말일까지 넝쿨이 잘 뻗어나갈 수 있도록 철사나 끈으로 엮어 넝쿨 뼈대만 만들어 주면 된다.
다만 땅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자주 줘야 하는 것이 일이라면 일.
하지만 판로가 문제였다. 수세미 자체를 판매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 그가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수세미 수액을 받고, 효소를 만들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 마침 수세미의 효능이 알려지며 찾는 이들이 늘었다. 지금은 3,300㎡(1,000평)의 밭에서 한해 7~8t정도를 생산해 1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수세미 덕에 성공한 농업인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는 더 이상 농장 규모를 늘리지 않을 생각이다.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두 내외가 힘을 합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규모이기에 더 이상의 욕심은 부리지 않을 생각. 하지만 아직도 판로개척은 과제로 남아 있다.
“수세미 제품은 전 국민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기관지가 약하거나 천식이 있는 사람 등 그 대상이 한정돼 있죠. 따라서 판매 대상을 명확히 해 그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게 시급합니다. 자신만의 특화된 상품이나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는 작목이 수세미죠.”
따라서 앞으로 미용제품과 천연 주방용품 등을 개발해 진정한 ‘수세미 박사’로 남고 싶다는 게 도씨의 포부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