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경기간 동안 방치해 두는 딸기 고설베드를 이용해 수박 재배에 나선 지재헌씨가 수확한 수박을 들어 보이고 있다.
“딸기재배 농가에서는 봄에 딸기를 수확하고 나면 가을까지 시설을 놀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올해 초 딸기를 수확하면서 비싼 비용을 들여 설치한 고설베드를 연중 활용할 방법을 궁리한 끝에 수박을 2기작으로 재배하기로 했습니다.”
지씨는 그 길로 수박 수경재배에 뛰어들었다. 3월 초 딸기농사를 서둘러 끝낸 후 바로 하우스 한동(660㎡ 기준)을 이용해 수박 정식에 들어갔다. 시설딸기를 재배하기 전 10년가량 수박 농사를 지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시험재배에는 하우스 안 6개 베드를 모두 활용했다. 3월20일경에 정식에 들어간 수박은 6월20일경에 수확이 가능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수박이 작아 제값을 받지 못하면서 인건비도 건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원인 분석에 나섰다.
“고설베드를 이용하면서 재배공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걸 간과했습니다. 거기다 수박은 딸기에 비해 이파리가 크다 보니 서로 엉켜서 햇볕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거죠. 원인을 찾고 나니 더욱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번에는 규모를 늘려 두동의 하우스에 수박을 심었다. 햇볕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6개의 고설베드 중 3개에만 수박을 심어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다. 작물을 심은 베드와 비어 있는 베드 사이에는 커다란 스티로폼을 깔아 잎이나 넝쿨이 자유롭게 자랄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수박의 무게를 일일이 확인하며 생육상태를 살폈고, 영농일지도 꼼꼼히 작성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씨가 없는 중과종을 선택해 크기는 일반 수박보다 조금 작았지만, 당도는 2브릭스(Brix) 이상 높았다. 하우스 한동에서 800개의 수박을 생산해 토경에 비해 생산량도 40%나 증가했다. 이렇듯 고품질 과실의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규격품을 1통당 8,000원이라는 높은 값에 서울 유명 백화점에 납품하는 성과도 올렸다. 고설베드를 이용하다 보니 선 채로 수확이 가능해지면서 일손이 크게 줄어든 건 물론이다. 5동 정도는 혼자서도 너끈히 재배가 가능하다는 것이 지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있다. 양액 조성비율과 공급시기 등 수박의 특성에 맞는 처방이 필요한 것. 그는 딸기에 비해 잎이 크고 줄기가 두껍기 때문에 수박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며 질소와 칼륨 비율을 높이는 게 비결이라고 귀띔한다. 또한 베드 깊이를 40㎝로 관행(15㎝)보다 깊게 해 뿌리가 충분히 뻗어나갈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해 주면 6㎏ 이상의 대과종도 재배가 가능하다는 것.
“딸기 재배 때 사용하던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여 수박으로 2기작이 가능하니 주위 농가에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젠 시험재배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재배법을 확립해 많은 농가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지재헌씨. 그는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에서 공모하는 ‘농업인개발과제 연구사업’에 도전해 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