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서민 대상의 조세감면을 대폭 축소하는 기획재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두고 농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미국·유럽연합(EU) 등 농업강국과의 잇따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조합 비과세 예탁금 ▲조합 법인세 당기순이익 과세특례 ▲조합 출자금 배당소득 및 이용고 배당 비과세가 폐지 또는 축소되면 농업 투자가 위축되면서 농촌경제가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근진 전남 강진농협 조합장은 “비과세 예탁금은 영세농가들이 푼돈을 모아 희망을 설계하는 데 큰 힘을 주고 있다”며 “이마저 폐지되면 도농 소득격차도 심화될 수밖에 없는 만큼 비과세 일몰기한을 반드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광우 경북 봉화 물야농협 조합장은 “FTA를 통한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와 저물가 정책으로 농가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인과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비과세 예탁금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방침은 농업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며 “국회와 정부는 농업 관련 조세감면 기한을 연장, 농업인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9일 성명서를 통해 “기재부의 세법개정안이 농업분야 조세감면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현장 농업인들의 분노가 큰 상황”이라며 “소득 양극화를 부추기는 세제개편의 방향 수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농연은 “조합 예탁금의 이자감면과 조합의 각종 비과세 혜택은 농가의 소득유지와 신용·경제사업 분리에 따른 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에 힘을 줄 수 있는 제도”라며 “연이은 FTA와 반농업적 물가대책으로 농가경제를 최악으로 이끈 기재부가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을 위한 세제개편안 발표를 하면서 농업의 각종 세제혜택을 축소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농업·농촌을 연구하는 학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양승룡 고려대 교수는 “이번 세법개정안의 전체적인 방향은 농업인을 포함한 서민들의 세 부담은 줄이고 고소득층은 늘리는 것인데, 비과세 예탁금 폐지나 조합 법인세율 인상은 이런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농업인의 어려운 경제사정과 농협의 특수성을 고려해 특례를 계속 인정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수 충남대 교수도 “재형저축과 비과세 예탁금은 똑같이 서민을 위한 금융상품인데 재형저축은 부활시키면서 비과세 예탁금을 폐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농협과 농업인을 분리해서 생각하면 안 된다”며 “법인세 특례 등을 통해 농협을 지원하는 것은 곧 농협의 주인인 농업인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발끈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8일 박재완 기재부 장관으로부터 세법개정안을 보고받은 뒤 농업 관련 조세감면 축소에 우려를 나타냈다.
지도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가 절실한 시점에서 과세 강화는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조합 비과세 예탁금과 법인세 당기순이익 과세특례를 연장하고, 출자금 배당소득 비과세 혜택도 당분간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