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폭우로 인삼밭 침수피해를 입은 왕영남씨(56·경기 연천군 백학면 석장리)가 포장이 물에 잠긴 뒤 서서히 썩어가는 인삼을 뽑아 보여 주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해 인삼재배 농가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3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로 인삼밭에 수해를 입은 경기 연천군 백학면 석장리의 왕영남씨(56)는 “빈발하는 자연재해로 인해 인삼 농사짓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며 하소연한다. 3~4년 전에는 폭설로 인해 차광막 시설이 망가지고, 올해는 4만9,500㎡(1만5,000여평)의 인삼밭 가운데 절반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번 비로 물에 쓸려간 인삼은 200㎏ 정도이지만, 왕씨는 “그보다 물에 잠겼던 나머지 인삼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당장은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뿌리가 서서히 썩어들어가면서 앞으로의 생육이 더 걱정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왕씨는 “벌써 일부 인삼은 거뭇거뭇한 점이 생기면서 썩기 시작했다”며 “한국인삼공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6년근을 계약재배하는데, 과연 6년근을 수확해 대출을 상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의 경우 15일 쏟아진 폭우로 수해를 입은 인삼밭은 북부지역만 해도 연천 23㏊, 파주 21㏊에 이른다. 또 7월 말~8월 초 폭염으로 인해 고온장해를 입은 곳도 적지 않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소득자원연구소에 따르면 안성지역에서는 고온장해를 입은 밭이 전체 면적의 60~7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자연재해로 인한 인삼의 피해는 해당 연도에 그치지 않고 그 이후까지 연차적으로 이어져 문제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안성인삼농협 경제부 이광호 대리는 “특히 올해는 폭염으로 줄기와 잎이 타들어가는 고온장해를 입은 인삼이 매우 많다”며 “9월까지 지상부가 남아 있어야 지하부가 튼튼해지는데, 조기 낙엽으로 뿌리가 크지 않고 내년에 나올 새 줄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인삼 생산량은 2009년 2만7,460t에서 2010년 2만6,944t, 2011년 2만6,737t으로 해마다 조금씩 줄고 있다. 또 기상 변화도 인삼 생산량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이상기후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소득자원연구소 황규현 연구사는 “경기도의 경우 올해도 지난해보다 5% 정도 생산량이 줄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도 생산량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면서 “이상기후가 다년생인 인삼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따른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전국 5개 인삼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연구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