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50m를 넘나드는 초강력 태풍 ‘볼라벤’이 할퀴고 간 한반도 곳곳마다 깊은 상처가 남았다. 수확을 앞둔 과일나무가 속절 없이 쓰러졌고 밭작물과 양식장의 피해도 컸다. 농민들은 태풍 소식에 방풍망을 치고 비닐하우스를 정비하는 등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지만 강풍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태풍으로 29일 오후 5시 현재 10명이 사망하고, 농작물 1만9,000여㏊가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비닐하우스와 가축, 가두리시설 등의 피해도 컸다. 하지만 조사가 진행될수록 피해가 커지고 있는 데다 농산물의 상품성이 떨어지고 생육이 부진해지는 2차 피해도 무시하지 못해 최종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29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태풍 피해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피해 농가에 대한 생계구호금과 재난복구비 등을 조속히 지원키로 했다. 또 신속한 수해 복구와 낙과 팔아 주기 범국민 운동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범정부적으로 복구대응체계를 빠르게 가동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농어업재해대책법상 보상 기준이 제한적이고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농가가 많은 현실을 고려할 때 타들어가는 농심을 보듬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피해가 극심한 주산지 과수농가 등을 위해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고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볼라벤’은 지나갔지만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다. 제14호 태풍 ‘덴빈’이 같은 경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1년 또는 수년간 공들인 농사가 헛일이 되지 않도록 지금은 민·관·군을 총동원해 농경지를 신속하게 복구하고 태풍에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폐농 위기에 내몰린 농민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피부에 와닿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 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