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양봉농협 직원이 야적돼 있는 벌꿀 드럼통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8월29일, 경기 안성시 미양면에 위치한 한국양봉농협 경제사업소. 벌꿀 수매와 가공이 동시에 이뤄지는 이곳 앞마당은 벌꿀이 담긴 초록색 드럼통으로 빼곡히 차 있었다.
사업소가 보관할 수 있는 용량이 3,500드럼(1드럼 288㎏) 정도인데 이날까지 9,000여드럼이 들어온 탓에 임시방편으로 사업소 공터에 드럼통을 적재해야 했다. 한쪽에서는 야적 벌꿀을 보관하기 위한 임시저장고 증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처럼 이곳 사무소에 벌꿀 입고량이 급증한 것은 올봄 벌꿀 생산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봄 최악의 가뭄이 일반 농작물에는 많은 피해를 입혔지만 벌꿀을 생산하는 꿀벌 활동에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해 벌꿀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급증했다는 것이다.
한국양봉농협 경제사업본부 배진일 부장은 “벌꿀 생산량이 너무 많이 늘어 양봉농협을 제외한 다른 지역 품질인증농협의 경우 수매량을 제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수분함량이 적어 품질도 1등급 이상이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우수하다”고 말했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적으로 아카시아 꿀은 예년 평균보다 5,000t가량이 늘어 2만t 수준까지 생산량이 늘었고, 잡화 꿀을 포함할 경우 꿀 생산량은 2만6,000t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양의 벌꿀이 생산되면서 수매를 늘린 한국양봉농협은 물론 생산자측인 한국양봉협회도 벌꿀 소비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생산된 벌꿀을 제때 판매하지 못할 경우 재고 과잉으로 인해 내년도 벌꿀 수매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조상균 한국양봉농협 조합장은 “유례 없는 벌꿀 풍작으로 올해 2~3년치를 수매해 판매가 제대로 안 될 경우 당장 내년 벌꿀 수매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적극적인 홍보와 판매 대책을 마련하겠지만 정부도 수급조절자금 지원을 적극 검토해 양봉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조균환 한국양봉협회 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가짜꿀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사양벌꿀 인증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이와 함께 양봉농가 등록제와 생산이력제를 하반기에 적극 시행하는 한편 드럼 단위로 일정 금액의 자조금을 거출해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벌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