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7~9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큰 피해를 입히는 태풍. 최근 ‘볼라벤’과 ‘덴빈’에 이어 상륙한 ‘산바’ 등 태풍에 철저히 대비해 피해를 줄인 농업인이 있어 화제다.
6,930㎡(2,100평)의 밭에서 700여그루의 사과농사를 짓는 이성복씨(57·충북 충주시 수안보면)가 그 주인공.
볼라벤이 찾아온 8월28일, 이씨는 30년 동안 농사를 지어왔지만 “그처럼 엄청난 바람은 처음 봤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이튿날 집에서 1㎞ 떨어진 과수원을 찾은 이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떨어진 사과는 과원을 통틀어 40여개 남짓이었고, 대부분 온전한 모습으로 그를 맞았다. 주변 대다수의 농가가 피해를 입은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씨가 태풍에 대비해 과원 관리에 나선 건 지난 3월의 일이다.
“오랫동안 고추농사를 지어오다 사과로 작목을 전환한 지 햇수로 5년째입니다. 나무가 자라 이제 본격적인 수확을 앞두고 있던 터라 이쯤에서 태풍에 대비해야겠다 싶었죠.”
그 길로 이씨는 자재 구입에 나섰다. 우선 인근 건설현장을 돌며 길이 4m, 지름 5㎝의 중고 철제 파이프를 사들였다. 자재상에선 나무 사이를 연결할 3.5㎜ 굵기의 와이어와 작은 파이프, 클립, 도르래 등을 구입했다.
준비를 마친 이씨는 쇠파이프를 나무와 연결해 지주를 세우는 일에 집중했다. 먼저 중장비를 동원해 4개의 나무마다 한개씩 4m짜리 파이프를 1m 깊이로 땅에 박았다. 그 개수만 200여개. 모든 파이프에는 작은 구멍을 뚫어 와이어로 연결했다.
또 각각의 나무에는 직경 3㎝ 크기의 작은 파이프로 지주를 설치했다. 와이어를 팽팽하게 잡아당길 수 있도록 고랑 한쪽에는 도르래도 달았다. 작업에 소요된 비용은 총 450여만원.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태풍 피해를 줄인 걸 생각하면 몇배 이상의 소득을 올렸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튼튼한 건설용 자재를 사용한 덕에 태풍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는 이씨는 “최근 기상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아진 만큼 앞으로는 좀 더 강화된 농자재가 보급돼 다시는 태풍에 농작물을 잃고 가슴 아파하는 농업인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