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과일 대목장은 품질별 가격 차이가 크고, 소포장의 실속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새다. 또 수확기 태풍 ‘볼라벤’과 ‘덴빈’에 이어 추석 성수기에 ‘산바’까지 한반도를 관통해 대목장 형성이 예년보다 늦어지고 있다. 유통 전문가들은 올해는 추석 대목을 코앞에 두고 잇따른 태풍이 변수로 작용해 물량과 가격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매시장 아직 ‘관망세’=태풍으로 본격적인 대목장이 예년 성수기(2주 전 시작 기준)보다 4일 정도 늦게 출발하고 있다. 도매시장 관계자들은 17일부터 추석 대목장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20일쯤부터 매기가 달아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산지에서 태풍 ‘산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수확 작업에 전념하다 보니, 도매시장으로의 출하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중도매인들도 올 추석 장세를 점치기 어려워 적극적인 매입보다는 아직 관망하는 분위기라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사과·배 등 과일의 출하형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가락시장 서울청과 정우희 경매부장은 “예년 같으면 이미 사과는 5㎏, 배는 7.5㎏ 등 추석 선물용 출하가 80%가량 차지해야 하는데, 올해는 5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아직도 15㎏ 단위로 출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태풍 피해 등으로 품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져 품질간 가격 차이도 크게 나고 있다. 특히 배의 경우 태풍 영향으로 특품 위주의 선물용은 물량이 적어 유치 경쟁이 심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구리공판장 강남규 경매사는 “태풍 피해로 고품질 배가 적어 17일 기준으로 <신고> 7.5㎏ 특품 한상자(10개들이)가 3만5,000~4만3,000원에 경매됐다”면서 “같은 크기라도 색깔이나 과형 등 품질에 따라 한상자에 1만원 이상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과도 조기 수확에 들어가면서 품질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경기 구리시장의 구리청과 이진기 경매사는 “올해는 추석이 늦어 충분히 익은 과일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조기 수확으로 품질이 들쭉날쭉하다”면서 “사과의 경우도 완숙기에 수확한 것과 조기 수확해 때깔이 좋지 않은 것은 같은 크기라도 5㎏ 한상자에 1만원 정도 가격 차이가 난다”며 품질 저하를 우려했다.
이와 관련 천호진 농협가락공판장 본부장은 “올해는 태풍 영향으로 과일 크기가 작고 전반적으로 상하품간의 가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라며 “다만, 시세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산지들이 출하시기를 놓고 관망을 계속하고 있어, 대목장 형성도 뒤로 늦춰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싼 것·말린 것·섞은 것 선호=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의 경우 추석선물 예약판매가 대부분 완료됐다.
단위를 적게 한 것이나 저가형 상품이 강세를 보였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마트가 예약판매 결과를 분석한 결과 3만원 이하의 저가 제품을 구매한 고객은 57.9%로 지난해(46%)보다 늘었다. 구체적으로는 2만~3만원의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39.1%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는 3만~5만원(45.4%)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부류별로는 과일의 판매액이 지난해보다 6배 이상 늘었다. 태풍으로 과일세트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예약판매에 소비자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백화점업계에서도 상대적으로 고가인 홍삼류보다는 5만~10만원대의 한과와 말린 과실 등이 잘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은 반시와 잣·호두 등 말린 과실 매출이 지난해 같은 때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17일 밝혔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잡곡류를 과일과 섞어 판매하는 경우도 등장했다. 홈플러스는 경기 안성산 배·잡곡세트 등 같은 지역에서 생산된 과실과 잡곡류를 묶어 상품화한 제품을 올해 처음으로 내놨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