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추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고도 보장기간 만료로 태풍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된 권우선씨가 고추밭에서 시름에 잠겨 있다.
경북 영양군 영양읍 전곡리에서 고추를 재배하는 권우선씨(73)는 16호 태풍 ‘산바’ 피해신고를 위해 농협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올봄 고추밭 4,950㎡(1,500평)를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권씨는 보험담당자로부터 보험보장기간이 만료돼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이번 태풍으로 고추밭이 쑥대밭이 돼 올해 농사를 접어야 하는 권씨에게 보험금 지급이 안 된다는 말은 청천벽력이나 다름없었다.
권씨가 고추밭에 고추 모종을 정식한 날은 4월28일. 여기다 고추 정식일로부터 보험보장기간 130일을 적용하면 9월3일로 보장기간이 만료돼 9월17일 발생한 태풍피해는 현행 농작물재해보험 규정상 보험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권씨는 “고추에 대한 농작물재해보험 보장기간이 130일로 설정돼 있다는 사실을 피해신고를 하러 가서 알았다”며 “미리 알았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영양지역은 고추를 대부분 8월 중순 첫물 수확에 들어가 10월 초까지 최소 세번에서 네번 수확한다”면서 “그런데도 9월 초에 보험보장기간이 만료되면 그 이후 한달 가까이는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농협에 따르면 고추 농작물재해보험에 대한 ‘보장기간 130일’ 규정은 올해 처음으로 도입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추의 농작물재해보험 보장기간은 ‘모종정식 후 수확기까지’로 규정해 논란의 소지가 없었다.
하지만 고추의 농작물재해보험 보장방식을 지난해 기존 ‘수확량 보장’에서 ‘생산비 보장’으로 전환하고, 올해부터는 여기다 고추 평균생장기간과 생산비 회수시점을 감안해 ‘모종정식 후 130일간’이라는 보장기간을 설정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생겨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농작물재해보험 관계자는 “보장기간 도입 첫해라 농가가 관행적으로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증서에 명시된 보장기간을 명확히 하지 않거나 고추 작기가 보장기간보다 긴 지역에서 이러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며 “아직도 고추 농작물재해보험은 시범사업인 만큼 운용상의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두찬 영양농협 조합장은 “영양지역 등 경북 북부 고추주산지는 남부지역보다 고추 작기가 한달 가까이 길어 모종정식 후 130일이란 보장기간은 맞지 않는다”면서 “전국 고추 주산지별로 보장기간을 달리 설정하든지, 보장기간 기산시점을 고추 모종정식일이 아닌 가입일로 하거나, 아니면 보장기간을 가입자가 희망범위에서 설정토록 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