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후대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빠르게 변하면서 2050년에는 고랭지배추 재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2090년에는 내륙 산간지에서조차 사과 재배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최근 녹색성장위원회에 보고한 ‘농림수산식품 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대응계획’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해 11월 ‘기후변화 신(新)시나리오’를 통해 “현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2050년 남한의 평균 기온은 1971~2000년에 견줘 3.2℃ 오르고, 여름이 5개월 이상 이어지는 등 내륙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아열대기후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평균기온이 1.8℃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향후 기후변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의미다.
농촌진흥청이 기상청 자료를 토대로 주요 작물의 재배지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50년 고랭지배추를 재배할 수 있는 면적이 1981~2010년 평균 133만㏊의 7%인 9만3,000㏊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후상으로 보면, 태백산맥 정상 일부에서만 재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이번 분석은 우리나라 전체 국토면적 약 1,000만㏊를 대상으로 농촌·도시 여부를 가리지 않고 오로지 기후만을 고려한 것”이라며 “기온이 1℃ 오르면 농작물 재배 한계선은 81㎞ 북상하고 고도는 154m 올라가는데, 40년 후면 강원도에서도 배추와 같은 한대성 작물을 재배하기가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됐다”고 말했다.
온대성 작물 재배지역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전체 국토면적의 56%인 배 재배 가능지역은 2050년까지 47%로 완만하게 줄다가 이후부터 급감, 2090년이면 15%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측됐다. 중저온성 작물인 사과는 더욱 심각해 2050년 강원 고산지 일부에서 재배되다 2090년에는 자취를 감출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재배지도 변화는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안길 것으로 우려된다.
식량부분의 경제적 피해는 2050년 2,964억원, 2100년에는 6,135억원에 이를 것이란 게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분석이다. 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기온이 1℃ 오르면 농지 1㏊(약 3,000평) 가격이 5.7~7.5%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