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유통업체들이 추석용 사과·배 등 과일 선물세트를 판매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이윤을 추구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유통업체 과일 매대에서 소비자가 과일을 구입하려고 살펴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추석 대목 선물 수요가 최고조에 오른 24일 서울 중심가의 A백화점 친환경 과일선물코너. 담당 판매원이 손님들에게 사과·배·감귤·멜론 등 선물세트를 홍보하며 구입 할 것을 권했지만, 귀담아듣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다른 선물세트보다 가격이 비싸서인지 판매가를 확인하고는 금방 발길을 돌렸다.
이 선물코너의 판매가는 사과는 5㎏ 한상자(12개들이)가 15만원, 배는 7.5㎏ 한상자(9개들이)가 16만원이었다. 낱개로 환산하면 사과는 1만2,500원, 배는 1만7,800원꼴이다. 친환경농산물에 최고급품을 엄선했다고는 하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쉽게 납득하기 힘든 가격이다.
추석을 앞두고 대형 유통업체들이 사과·배 등 과일 선물세트를 판매할 때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과일 소비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과일보다 다른 선물세트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고, 결국 그 피해가 산지 농가들에게 돌아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A백화점 과일선물코너 담당 판매원은 “사과는 준고랭지 지역에서 친환경 자재로 재배해 맛과 향이 뛰어나고, 배는 철저한 생장 관리로 육질이 단단하고 과즙이 풍부한 고품질 상품으로 엄선했다”면서 “하지만 가격이 비싸서인지 일반 구매자는 많지 않아 기업체 등의 단체주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체에 사과를 공급하는 중부권의 한 산지유통센터 관계자는 “업체들이 평소에는 마진을 20% 안팎에서 남기지만, 명절 선물세트의 경우 프리미엄급 등 일부는 거의 50%까지 남긴다”며 “솔직히 올해처럼 태풍 등으로 과일 가격이 오른다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퍼져 있는 상황에선, 업체의 고마진 정책이 오히려 과일 소비를 위축시킨다”고 말했다.
현재 사과는 도매시장 및 산지 공급가격이 5㎏ 상품 기준으로 3만원대 초반인 반면 유통업체 선물세트 가격은 일부 알뜰 상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5만~8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또 배도 도매가격은 7.5㎏ 기준으로 상품은 3만원대 후반, 특품도 4만원대 초반이지만 유통업체 판매가격은 상당수가 6만원을 넘고 일부 프리미엄급은 16만원대에 이른다.
명절 선물세트의 경우 난좌나 포장용 띠 등 포장비가 평소보다 더 늘어간다 해도, 지금의 판매가격은 지나치게 비싸고 이는 유통업체들의 높은 마진 때문이라는 게 산지 및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와 관련,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추석 대목에 평소보다 많은 이윤을 남긴다는 것은 오해”라면서 “포장비와 광고비, 판촉비 등 각종 마케팅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 가격이 높은 것인데 산지에선 원물만 놓고 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