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가격이 참으로 불안정하다. 세계 기상이변으로 9월중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 곡물가격지수가 올해 들어 최고치인 263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지난 7월에 260으로 6월(222)에 비해 38포인트나 급등한 뒤 8월에도 260을 유지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FAO가 앞으로도 당분간 지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 점이다. 이 같은 전망대로라면 곡물가격지수가 식량위기를 겪었던 2011년 4월(265)과 역사상 가장 높았던 2008년 4월(274)의 수치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세계가 이렇듯 위기일발의 상황인데도 우리의 식량안보는 거꾸로만 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사상 최저 수준인 22.6%를 기록했다. 남아돈다던 쌀마저 지난해 자급률이 83%(2010년산 신곡 기준)까지 떨어진 데다 밀 2.2%, 옥수수 3.3% 등의 자급률을 기록했으니 곡물자급률이 곤두박질친 것은 당연하다.
이 같은 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일본도 28%로 우리나라보다 낫다. 그런데도 우리의 곡물자급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쌀 자급률만 보더라도 생산량 감소와 태풍 피해, 재배면적 감소 등으로 점점 더 하락할 전망이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우리의 식량부족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그다지 높지 않다. 정부는 최소시장접근(MMA) 수입쌀을 이유로 쌀이 남아돌까 걱정이고, 국민은 식량위기를 남의 나라 일로 여기니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 곡물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우리의 자급률 추락이 멈추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밝은 내일은 장담하기 어렵다.
쌀 농가의 소득을 획기적으로 지지하고, 농지 잠식을 차단하며, 토지 이용률을 대폭 높이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이고 대통령부터 농업을 중히 여겨야 국민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