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곡물 기말 재고율(2012~2013년)이 18.5%로 2008년 이후 최저수준이 될 전망이다. 주요 밀 수출국의 재고량이 줄고 미국의 옥수수 생산량도 13.4% 감소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콩 시장은 수요가 커지는 중국이 좌지우지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곡물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오르는 ‘애그플레이션’ 조짐이 아닐 수 없다.
곡물자급률이 22.6%(2011년 잠정)까지 추락한 우리나라는 이렇게 변동성이 커지는 국제곡물시장에서 대응전략을 세우기가 난감하다. 농민단체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요구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가 금지하는 보조금에 해당돼 운용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2021년까지 국내 곡물소비량의 23%를 해외농업개발로 확보해 곡물자주율을 55%까지 높인다는 계획도 수출국들이 자국 사정에 따라 곡물 수출을 금지할 가능성도 있어 우리 뜻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다.
우리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공공비축 대상을 쌀 외에도 밀·보리·콩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물론 예산당국은 재정부담을 이유로 반대하며 종전처럼 저율관세할당(TRQ) 증량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할당관세 남용에 따른 국내 농업이 멍 들고 곡물 자급률도 높이지 못하는 문제점을 이제는 직시할 때가 됐다.
세계가 만성적인 식량수급 불안에 떨고 있는 지금 우리가 머뭇거릴 시간은 없다. 예산타령에 앞서 식량주권을 지켜내겠다는 국정철학을 세우는 것이 옳은 순서다. 소비가 감소한다는 이유로 홀대했던 쌀을 비롯한 밀·보리·콩의 생산확대와 더불어 가격·품질 개선으로 소비를 늘리도록 해야 한다. 기초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적정 농지와 곡물 자급률을 법으로 정하는 지혜도 발휘할 때다. 따라서 정부는 식량 위기 때일수록 빈 곳간을 채워 식량관리를 여유 있게 운영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