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벼 수매가 본격화되면서 벼값 상승에 대한 농업인들의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다. 태풍에 따른 백수피해로 작황이 안 좋은 전남은 물론 충남과 경북 등에서도 당초 예상과 달리 실제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부지역의 경우 농가수취값 측면에서 유리한 공공비축 수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전남지역 산지에서는 태풍피해를 입어 수확량이 전체적으로 20% 정도 줄어 벼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확산되면서 일부 대농을 중심으로 출하를 늦추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충남지역에서도 수확기에 비가 자주 내려 벼베기가 늦어진데다 작황도 좋지 않고 수확량이 떨어져 벼값이 최소 10% 이상 오를 것으로 기대하면서 수매를 꺼리는 농가들이 적지 않다. 충남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관계자들에 따르면 벼 도정수율이 지난해 73~74%에서 올해는 이보다 3% 이상 떨어진 70% 선에 그치고, 미질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충남 당진 면천농협 이기세 RPC 장장은 “소농은 수매에 잘 응하고 있지만, 대농들은 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수매를 꺼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북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북 의성군 농협 RPC와 농가들에 따르면 한 마지기(660㎡·200평)당 지난해 조곡 40㎏ 13~14가마를 수확했지만 올해는 10~11가마에 그치고 있다. 1만9,800㎡(6,000평)의 논을 경작한 박규식씨(65·의성군 구천면 임사리)는 “9월 이후 날씨가 좋아 수량이 지난해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실제 수확해보니 지난해에 비해 20% 정도 적다”고 말했다.
의성 안계농협 송덕수 RPC 장장은 “나락의 수분함량이 적어 도정수율이 2~3%가량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당초 쌀 생산량이 줄 것으로 예상됐던 전남은 물론 평년 수준은 될 것으로 내다봤던 충남과 경북 등 주산지도 실제 생산량이 기대치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자 산지 농가들의 벼값 오름세에 대한 기대심리가 부풀고 있다.
그러나 산지거래는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남과 충남지역은 대체로 출하를 늦추는 분위기인 반면 경북은 벼값 오름세에 대한 기대심리 속에서도 농가들의 RPC 수탁물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나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전남 곡성농협 이선학 RPC 장장은 “지난해보다 조곡 40㎏ 가마당 3,000~4,000원을 더 주고 시가에 매입하고 있지만 원료곡 확보가 쉽지 않다”며 “올해산 벼 4,000t을 원료곡으로 확보해야 하는데 지금 추세라면 계획량의 70%나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기세 면천농협 RPC 장장은 “지난해 이맘때는 6,000여t을 수매했는데 올해는 2,000t에 머물고 있다”며 “2월까지 계획물량인 1만t을 채울 수 있겠지만 수매기간이 1~2주 정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경북지역에서는 농가가 RPC에 쌀을 판매한 후 나중에 최종 판매가격에 따라 정산받는 수탁판매 물량이 크게 늘고 있다. 의성군 쌀조합공동사업법인 김현태 RPC 장장은 “지난해 10월23일 기준으로 수탁량이 333t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같은날 기준으로 2,000t을 넘어섰다”며 “농가들의 쌀값 상승 기대심리가 오히려 수탁물량을 늘리는 요인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양곡 전문가는 “쌀 생산량 감소 전망으로 쌀값이 상승하고 있지만 시장에 예상치 못한 변수도 적지 않은 만큼 출하를 마냥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남부지역 농가들은 중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취값 측면에서 유리한 공공비축미 수매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농민신문